오상직 대구 도시철도공사 소장

임영길 부장(왼쪽부터), 강무현 총무, 오상직 소장, 정찬교 부장 등 참사랑봉사단 간부들이 대구 도시철도공사 시설지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허리 굽은 노인만 보아도 연민의 정을 느끼고 길을 가다가도 힘들어 하는 노인을 만나면 손이라도 한번 꼭 잡아드려야 마음이 편해진다. 대구 도시철도공사 오상직(58) 소장은 평소 저 어르신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면서 우리 부모님 세대의 희생과 은혜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때때로 많은 직원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대구 도시철도공사에는 특별한 지도자와 봉사단이 있다. 시설지부 오상직 소장이 이끄는 참사랑 봉사단이다. 4년 전부터 노약자들을 위해 봉사해 온 단원들은 오 소장의 각별한 지도아래 독거노인들을 끔찍이 보살펴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원들은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을 부모님한테 효도하듯 섬기고 있다는 것이다.

오 소장은 "우리 단원들은 홀몸 노인들을 도우면서 모두가 효자가 되었어요. 지금 우리 사내 분위기는 '경로와 효심으로' 가득합니다."라고 하면서 흐뭇해했다. 한 단원은 "저는 독거노인을 도우면서 효도를 배웠습니다. 전에는 어머님 은혜를 몰랐지요. 제가 도와드린 노인은 당장 양식이 떨어지고 당신은 몸이 아파 죽을 지경인데도 도리어 가난한 막내 아들을 걱정하고 불효하는 둘째 아들을 위해 밤낮 없이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 어머님 은혜를 항상 생각합니다. 너무 늦었으나 불효한 것을 후회합니다…." 그 단원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시설지부 단원들은 한없이 힘들게 살아가는 노인들의 삶을 통해 부모님의 끝없는 사랑과 은혜를 마음의 눈으로 본 것이다.

시설지부 정찬교 보선부장은 "우리 단원들이 봉사한 것은 실로 작은 것이었지만 우리가 얻은 효와 경로의 가르침은 너무나 값진 것이었습니다. 우리 단원들은 독거노인들을 도울 때는 소장 이하 모든 간부와 사원이 똑같이 벽돌공이 되고 미장공이 되어 땀 흘려 봉사합니다. 그래서 우리 시설지부에는 모든 사원이 이제 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사원들의 자긍심은 대단해 보였다. 단원 145명 전원이 홀몸 노인들의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환경이 심하게 불량한 가정부터 시작해서 노후한 전기시설과 수도설비를 개체하고 주거용품 교체, 미장과 벽지 바르기 등으로 벌써 24가구를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주거환경을 개선해 놓았다. 어느 할머니는 너무나 감격하여 눈물을 보이셨다. 정말 참사랑이 이룬 미덕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단원들은 직장의 기술과 장비로 노력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봉사금을 내 격월로 쌀 100kg을 구입, 어려운 가정에 보내고 있으며 대구 학산 복지관과 겸손한 교회 독거 어르신들에게는 도시락과 무료급식을 지원하며 노인들의 생신상도 차려 드린다. 명절에는 노인 가정을 위로 방문하고 이사할 때는 도우미로 나선다. 그리고 4년 전부터 오 소장의 지도아래 성보재활원 등을 찾아다니며 중증 장애우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단원들은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나들이 봉사에도 적극 나서는 등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오상직 소장은 타고 난 봉사인이었다. 그는 봉사를 자신의 엄숙한 사명으로 알고 있다. 20년 전 구미시에 근무할 때는 박봉에도 불구하고 연말 보너스를 받아서 몽땅 쌀을 사 가지고 추위에 떨며 굶주리고 있는 다리 밑 노숙자를 찾아 갔고 지체장애인을 도우면서도 수발드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1급 요양 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중증 장애인, 고령의 홀몸 노인을 도우려면 지식과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사람들을 목욕시키고 배변을 돕는 일 등은 마음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30년 동안 봉사를 생활의 일부로 알고 실천해 온 그는 필자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언젠가 몇 해 전 허리 꼬부라진 80대 노파가 매일 폐지를 주어서 팔아 모은 돈 900만원을 지체 장애인을 돕겠다고 내 놓은 것을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그 노인이 그때 한 말씀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노인은 하루 종일 파지를 주어서 팔면 삼천 원 정도 벌 수 있는데 운이 좋은 날은 사천 원도 벌지요 하면서 그런 날은 정말 기분이 날아 갈 듯이 좋아요. 저는 지금도 그 노인의 적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립니다."

이웃사람이 감기만 걸려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이 현대인이다. 불우한 이웃 문제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닐진대 우리 모두가 조금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준다면 오늘도 누군가를 위해 파지를 줍는 그 노파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