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 뉴스현장을 가다 - 포항 요양원 화재 참사

이승진 인턴기자

"OO씨의 노년은 누가 책임지나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 한 대기업은 이 같은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를 본 국민들은 어떻게 답할까? "대한민국 정부!" 추측컨대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듣기 원했던 답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하지만 G20정상회의 둘째날 아침, 포항에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우리나라 노인 복지실상이 드러났다. 이날 새벽 4시 10분께 포항시 남구 인덕노인요양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노인 10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특히 유가족과 포항시 관계자, 시설업주가 모인 보상금 협상장에서는 우리의 안타까운 자화상이 그대로 펼쳐졌다.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전 유족들끼리 모였다. 유족들은 너나 할 것없이 보상금액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 속에는 수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그건 너무 많다'며 금액을 낮춰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테이블 한 켠에 있던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입을 여셨다.

"5천으로 하죠."

그는 '5천'이라는 숫자를 던진 뒤 옆 자리에 앉은 이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는 자식이 열명이에요. 그런데도 어머니를 요양원에 놔두고…"

아저씨는 무책임하게 어머니를 열악한 요양원에 내팽겨쳐 뒀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약 1시간 뒤 포항시 관계자와 시설업주 등이 유족들과 보상금을 협의하기 위해 들어왔다.

협상은 의외로 간단히 끝났다.

포항시는 법적 근거가 없어 보상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시민 성금 모금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설업주는 사망자와 부상자를 모두 포함해 보험금 1억원밖에 줄 돈이 없다고 했다. 업주는 자신조차 월세에 살기 때문에 사재를 아무리 털어내도 보상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했다.

1억원~3억원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유족들의 고민은 쓸데 없는 것이 되고만 것이다.

유족들은 몇 백만원의 보험금 밖에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협상장을 빠져나갔다.

포항시 관계자와 시설업주도 자리를 떴다. 텅빈 협상장에서 '대한민국 노인은 이렇게 생을 끝내는 구나'라는 허탈감을 느꼈다.

정부의 노인대책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총인구의 11.0%인 535만명이며, 2026년에는 1천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또 2008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이지만 건강수명은 71세여서 결국 10년 정도를 병마와 싸우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늙고 병든 부모를 자녀가 부양하는 세상은 끝나가고 있다.

도시지역의 경우 60세 이상 노인들중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50%미만으로 떨어졌고, 상당수는 병마 등으로 인해 노인복지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중 상당수는 자식들 눈치때문에, 아니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요양원으로 보내져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간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노인 복지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대책도 없다.

협상장을 떠나며 "OO씨의 노년은 누가 책임지나요?"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답은 명확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가족도 정부도 책임지지 않는다. 각자 알아서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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