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철 대구취재본부

대구 남구의회가 오는 21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해외연수를 떠난다. 일본의 '제주도'라 불리는 오키나와를 비롯해 고베시, 그리고 간사이공항을 들린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의회에서 해외연수를 나가면,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항상 '외유성'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김천시의회 의원들이 예산을 불법 전용해 해외로 관광성 연수를 떠나 눈총을 사기도 했다.

남구의회를 통해 받아 온 연수일정은 눈길을 끈다. 남구지역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미군기지 이전'문제를 위해 오키나와현과 현 의회를 들러 미군기지 반환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남구의회가 지난 1992년부터 떠난 해외연수 가운데 미군기지 반환문제 프로그램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원들은 오키나와현이 기지 반환을 위해 어떤준비를 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직접 설명을 듣는다. 김현철 남구의회 의장은 일본 현지의 미군기지 방문이 성사되도록 16일 캠프 워커를 방문해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이들의 연수일정은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순간에도 계속된다. 오사카 간사이공항에 들러 지반침하문제를 겪고 있는 공항현장을 견학할 계획이다. '밀양 신공항 유치'와 관련해 가덕도 신공항도 간사이공항과 똑같은 문제에 빠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간사이공항에서 지반침하문제를 공감한 뒤, 지역에서 밀양 신공항 유치에 힘을 싣기로 했다. 남구지역의 숙원사업을 다루고, 대구경북 전체가 집중하는 '밀양 신공항 유치'를 연수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

어쩌면 당연한 지방의회 연수프로그램일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외유성'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지방의회 해외연수라 이색적이기까지하다. 하지만 연수 출발 4일을 앞두고 남구의회는 간사이공항 측에 어떠한 공문도 띄우지 않았다.

지반침하문제를 보고받지도 않는다. 눈으로 지반침하현상을 볼 수도 없다. 어떻게 지반침하현장을 견학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환운동의 상징'이라 불리는 후텐마 기지를 비롯해 미군기지 2곳을 방문하는 것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지방문이 안되면 기지 주변 주민들을 만나기로 돼 있다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군기지 반환을 두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오키나와현과 대구 남구가 이번 기회를 통해 '자매결연' 같은 인연을 계속 만들수도 있지만, 아쉽게도 이번 일정에는 빠져 있다.

의회 측에 따르면 모든 해외연수 일정과 섭외는 여행사에서 담당하고 있다. 의회는 "현지의 사정을 잘 모른다. 변동될 수 있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는 답변만 늘어놓는다.

지난 6월 구성된 남구의회는 전체 9명 가운데 초선의원이 6명이다. 이들은 모두 '열정'이 남다르다. 이들 초선의원들의 첫 해외연수인만큼 정말 알찬 연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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