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8년 만에 공식 대회에 모습을 보인 북한 남자농구가 19일 한국과 맞대결을 벌였다.

이날 중국 광저우 인터내셔널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농구 남자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한국은 북한을 96-66으로 크게 이겼다.

북한은 17일 중국에게 62-98로 역시 대패를 당했다. 그러나 두 경기에서 보여준 북한 농구의 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경기 내내 거친 몸싸움을 펼치며 상대를 괴롭게 했고 외곽슛이 비교적 정확해 신장의 열세를 만회했다. 평균 신장 188㎝인 북한은 203㎝의 중국을 맞아 오히려 리바운드에서 우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북한과 경기를 마친 유재학 한국 감독은 "오밀조밀하게 잘하는 농구"라고 북한 농구를 평가했다.

"키가 작아서 한계가 있지만 그 가운데서는 공수에 짜임새가 있다"는 유재학 감독은 "막 하는 농구가 아니라 외곽 기회를 만들어가며 하는 부분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하드웨어만 갖춘다면 금세 아시아에서 정상권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평이다. 실제 북한은 235㎝의 장신 센터 리명훈이 출전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5~6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꺾고 5위를 차지했다.

유재학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엄청나게 맞는 등 거친 부분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키가) 작으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 오히려 배울 부분일 수도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좀처럼 속공 기회를 살리지 않고 5대5를 갖춘 뒤에 공격을 시작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북한은 3점슛은 32개를 던져 9개를 꽂아 성공 개수에서는 한국과 같았지만 성공률에서 28%-50%로 뒤졌다. 또 리바운드에서도 16-34로 크게 뒤지며 힘든 경기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오흑룡 대표팀 단장은 "오늘 두 팀이 다 괜찮게 했다고 생각한다. 중국 농구 애호가들이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가운데 경기를 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3점슛 3개를 꽂아 20점으로 북한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박은철은 "오늘 경기에서 나타난 결함을 찾아 앞으로 남은 경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오흑룡 단장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와 비교해달라'는 말에 "8년 전 일을 특별히 다시 이야기할 일이 없다. 오늘이 (그때 이후) 두 번째 남조선과 경기였다"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 단장은 '한국 농구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전통적으로 조선 사람들의 체질적 특성에 맞는 전법에 따라 운영했다고 본다"고 간략히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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