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아름다운 눈물19일 중국 둥관체육관에서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역도 75㎏ 이상급 금메달을 딴 장미란이 시상대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이로써 장미란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을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은메달은 중국의 멍수핑. 연합

한국이 낳은 세계 여자 역도의 최강자 장미란(27.고양시청)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장미란은 19일 중국 광둥성 둥관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최중량급(+75㎏급)에서 인상 130㎏, 용상 181㎏, 합계 311㎏을 들어 올려 1위에 올랐다.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 중국의 멍수핑(21)은 인상 135㎏, 용상 176㎏, 합계 311㎏을 들어 장미란과 같은 중량을 기록했으나 몸무게가 더 나가서 2위로 밀렸다.

장미란은 몸무게가 115.92㎏이고 멍수핑은 116.7㎏으로 780g 더 무겁다.

장미란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5년, 2006년, 2007년,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등 세계무대를 휩쓸었지만 유독 아시안게임과 인연이 없었던 장미란은 이로써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멍수핑과 접전을 벌였으나 장미란은 마지막에 웃었다.

인상에서 뒤져도 용상에서 뒤집을 수 있는 카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A그룹에 6명이 출전했지만 금메달 승부는 사실상 장미란과 멍수핑이 번갈아 바벨을 들어 올리는 맞대결 형식으로 치러졌다. 나머지 4명은 신청 중량에서 아예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장미란이 먼저 플랫폼에 나왔다.

인상 130㎏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으나 바벨을 끌어올려 앉고 나서 팔꿈치를 살짝 구부렸다가 폈다는 이유로 반칙이 선언됐다.

반칙이 아니라고 본 심판들도 있었다.

플랫폼 앞에서 1차 판정을 내리는 심판 3명 가운데 1명이 성공으로 봤다.

2-1 실패가 나왔을 때 재심을 하는 배심원 5명 모두가 성공을 선언하면 판정이 뒤집히지만 배심원들도 3-2로 실패로 판정했다.

장미란의 실패에 고무된 멍수핑은 장미란과 같은 중량을 안정된 자세로 들어 올렸다.

장미란은 그러나 개의치 않고 2차 시기에서 130㎏에 보란 듯이 성공했다.

바로 이어진 3차 시기에서 134㎏짜리 바벨을 머리 위로 들었으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바벨을 놓쳤다.

멍수핑은 인상에서 장미란의 최종 기록보다 5㎏ 무거운 135㎏에 도전했다. 2차 시기에는 실패했으나 3차 시기에 성공했다.

합계 중량에서 5㎏가 뒤떨어진 장미란은 용상 1차 시기에서 175㎏을 신청했다.

멍수핑은 애초 170㎏을 신청했다가 장미란의 중량을 본 뒤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175㎏으로 중량을 올렸다.

장미란은 용상 첫 시기에서 가볍게 성공했다. 뒤를 따라 같은 175㎏에 도전한 멍수핑은 어정쩡하게 바벨을 들었다가 바닥에 놓치고 말았다.

잇따라 플랫폼에 오른 멍수핑은 2차 시기에서 1㎏을 늘려 176㎏에 성공했다.

멍수핑의 합계 중량은 311㎏.

장미란은 멍수핑보다 몸무게가 덜 나가기에 같은 무게를 들어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시기가 한 차례 더 많은 장미란은 같은 중량을 들어 따라가는 작전을 선택했다.

장미란은 2차 시기에 181㎏(합계 311㎏)을 성공해 멍수핑을 압박했다.

멍수핑은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이미 주눅이 들어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182㎏에 실패하면서 금메달을 장미란에게 바쳤다.

우승을 확정한 장미란은 3차 시기에서 용상 188㎏을 신청해 챔피언답게 자신이 보유한 용상 세계기록(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도전하는 팬 서비스를 보여줬다.

바벨을 뒤로 떨어뜨리고 말았지만 이미 그랜드슬램을 이룬 세계역도 전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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