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전 경주 예총회장

김인식 전 경주예총 회장이 봉화로 문화의 거리 석조 조형물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주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들 하지만, 경주의 얼굴을 새롭게 만들 구체적인 방안을 내어놓는 사람은 별로 없다. 기성세대들이 중·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와 본 경주와 별로 달라진 게 없고 볼거리도 없더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경주의 관광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실 경주는 신라시대 유적들에 기껏 조명이나 보수를 하는 것이지,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일에는 좀 등한한 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서 나선 사람이 사진작가 김인식 전 경주 예총회장이다. 김 회장이 부산에서 교수직을 마치고 돌아와 본 고향은 너무 발전이 없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소읍(小邑)에 불과했던 이웃의 울산, 포항은 공업도시로 쑥쑥 자라 있는데, 경주는 문화유산만 믿고 너무 무사안일하게 지내는, 낙후된 모습이었다. 더구나 고도보존법에 묶여 높은 건물을 짓기도 어려워 인구마저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형편이었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예총회장직을 마치면서, 명목뿐인 봉황로 '문화의 거리'를 제대로 만드는 일을 여생의 과업이라 생각, "경주 봉황로 문화의 거리 활성화 계획서"를 만들었다.

그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김 회장을 만나기 위해 경주 문화의 거리라는 곳에 있는 찻집에 들어서면서 "문화의 거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이름만 문화의 거리지 별로 볼게 없는데요?

"그래서 이 거리를 명실공히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 내 꿈입니다. 볼거리도, 내세울만한 먹을거리도 없고, 주차공간도 부족하지요.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문화재청이 노서동고분을 재발굴해서 천마총처럼 개방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상설야외공연장 설치를 허가해준다면 상가와 거리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상가의 일정한 부지를 매입하여 각 예술분야의 전시관 및 공연장을 건립하고 금관같은 것이 발굴되었던 자리에 복제품을 만들어 구경거리를 만들고, 무덤도 개방해서 더 오래 관광객을 붙들어놓을 수 있게 해야지요. 먹거리도 다양하게, 신라시대 각 신분별로 먹었던 밥상 같은것을 차리는 식당도 만들고, 신라시대 신분에 따라 다르게 입었던 의복들을 전시하는 전시관도 열고, 연구하고 개발하면 경주야 무궁무진한 소스가 있지요. 그래야 구경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하지 않겠습니까? 주차장도 크게 만들어놓아야겠지요. 그렇게 되면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이 숨 쉬는 아름다운, 머물고 싶은 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각계각층의 도움이 필요할텐데요.

"그렇습니다. 첫째는 최양식 시장님과 문화재청에서 관심을 갖고 용단을 내려주어야 하겠지요. 출향인사들도 많이 힘을 보태줍니다. 그리고 경주 출신 의원님들, 특히 이 구역의 이종근, 서호대 시의원님들이 뜻을 같이 해서 함께 뛰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도 한마음이지요. 중요한 것은 예산을 따오는 일인데, 이 숙원사업의 중요성이 알려져서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기를 빌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을 계획하셨습니다. 요즘 경주 예술의 전당이 주변 도시의 선망의 대상인데요, 이것도 회장님의 업적이라 들었습니다.

"예, 예술의 전당은 경주 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지요. 10년 가까운 예총회장 재임기간 동안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입니다. 좋은 작품이 공연되고, 주변 도시에서도 관람객들이 많이 들어오고 하는 것 보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예술의 전당을 이루어 내었듯이, 문화의 거리도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 회장은 국전의 초대 사진작가 1호이고, 한국예총문화상 등 많은 수상 경력이 있으며 이 지역 사진작가들의 대부로 통한다. 그는 사진을 좋아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때부터 경주의 산, 유적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남긴 것이 50년 세월이니 고향에 대한 사랑이 오죽하겠는가? 경주의 새로운 모습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경주를 살찌우고 싶은 그의 옹골찬 신념이, 그에게 나이를 뛰어넘는 활기를 주고 있다.

너무나 흔하고 많아서, 그 귀함을 때로는 잊게 되는 경주의 유적과 유물들이, 그의 열정과 사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며, 신라 천년을 다시 가슴에 새겨보는 계기가 되고, 신라의 혼이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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