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의 16년 묵은 금메달 갈증은 "짜이요우∼ 짜이요우∼" 소리만 들리던 27일 오후 중국 광둥성 광저우체육관에 풀리나 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국이 만난 상대는 주최국 중국.

중국은 우슈 결승전을 대회 첫날 오전 8시 30분에 배정해 대회 첫 금메달을 시나리오대로 따냈고 이제는 배구로 대미를 장식하는 일만 남겨뒀다.

국제종합대회에서는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마라톤이 맨 마지막 경기이지만 중국은 희한하게도 구기종목인 여자 배구의 결승전을 마라톤 뒤에다 잡아놓았다.

`우리가 처음이자 끝'이라는 테마로 국력을 자랑하고 국민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저의가 의심되고 심판의 편파판정도 우려되는 분위기.

이날 중국은 유력한 우승후보였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까지 받으면서 힘을 저절로 낼 수 있었다.

한국은 이달 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이기기 전까지 8년 동안 무려 15연패를 당했을 정도로 중국에 약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일.

한국은 첫 두 세트를 가볍게 따냈다. 중국 응원단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한국이 잇따라 공격에 성공하거나 중국이 범실을 저지를 때면 "짜이요우∼"는 들리지 않고 군데군데 술렁거리기만 했다. 넓은 경기장에 한기가 돌았다.

한국은 3세트 들어 갑자기 흔들렸다.

몇 차례 판정이 석연치 않다고 선수들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흐름을 완전히 빼앗겼고 세트를 10-25로 아예 포기했다.

한기가 돌았던 관중석은 또 경기 전처럼 막대풍선을 마구 때리는 소리와 `짜요'가 메아리치면서 후끈후끈해졌다.

한국은 중국 관중의 성원에 부응하듯이 4세트도 17-25로 무력하게 내주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맹추격에 신이 난 중국 관중들은 마지막 5세트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서브를 넣을 때 실수를 유도하려고 야유까지 퍼부었다.

박빙 승부가 이어지던 4세트 후반. 한국 선수들이 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이 잦아졌다. 그러다가 결국 14-16으로 경기는 끝났다. 손에 잡힐 듯했던 금메달은 그대로 날아갔다.

중국이 16점째를 올리는 순간 경기장은 폭격기가 저공비행하는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고, 경기 운영자는 경쾌한 음악을 틀어 대미를 금빛으로 장식한 승리를 자축했다.

중국 방송기자들은 미리 메뉴를 준비해놓은 듯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흥분한 관중을 스케치하기에 바빴다.

한국 선수들은 그냥 울어버렸다. 한송이(26.흥국생명)는 얼굴이 흠뻑 젖을 정도로 가장 많이 울면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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