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11분11초…한국 8년 만에 금메달

기쁨 만끽하는 지영준한국 마라톤의 지영준이 27일 중국 광저우 대학성 철인3종 경기장 일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11분11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

'포스트 이봉주'의 선두 두자 지영준(29.코오롱)이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서 월계관을 썼다.

지영준은 대회 마지막 날인 27일 중국 광저우 대학성 철인3종 경기장 주변 일대를 도는 42.195㎞ 풀코스에서 치러진 남자 마라톤 결승에서 2시간11분11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2위는 기타오카 유키히로(2시간12분46초.일본), 3위는 지난 대회 우승자인 케냐 출신 무바라크 하산 샤미(카타르.2시간12분53초)가 차지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이 종목을 4회 연속 우승했던 한국은 8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하며 마라톤 강국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김원탁이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 한국 마라톤 전성시대를 열었고 황영조(1994년)와 이봉주(1998년, 2002년)가 뒤를 이었다. 8년간 암흑이 있었지만 지영준이 힘차게 돌파구를 뚫었다.

현지 시간 낮 12시5분에 22.7℃라는 비교적 더운 날씨에 시작한 레이스에서 지영준은 시작부터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줄곧 선두권을 지켰다.

거리가 늘어날수록 선두권 경쟁자는 12명-8명-6명으로 줄었고 2명만 남은 33㎞ 지점부터 샤미와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였다.

그러다 37㎞ 코너 부근에서 힘차게 치고 나와 샤미와 격차를 벌렸고 이후 결승선까지 5㎞ 가까이 독주를 펼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선 골인을 앞두고 우승을 확신한 지영준은 오른팔을 힘차게 흔들었고 길옆 응원단에게 손으로 키스를 보내는 여유도 보였다.

마침내 결승선을 끊을 때는 오른팔을 하늘로 힘차게 뻗고 아시아 1인자로 등극한 기쁨을 온몸으로 포효한 뒤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뛰어다니며 환호했다.

또 아내 이미혜 씨가 데려온 한살배기 갓난이 아들 윤호군을 끌어안고 결승선 주위를 맴돌며 우승을 자축했다.

고교 시절부터 마라톤 영재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던 지영준은 그러나 갑작스러운 부상과 소속팀 내분으로 흔들렸고 4년 전 도하 대회에서 2시간19분35초로 7위에 머물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구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30초라는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고 부활 찬가를 부른 뒤 올해에도 같은 대회에서 2시간9분31초로 준우승, 꾸준한 기록을 내며 아시안게임에서 기대감을 부풀렸다.

정만화 대표팀 코치와 강원도 원주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대회를 별러온 지영준은 완벽한 코스 답사와 함께 샤미의 신경을 건드리는 전략으로 경쟁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도하 대회에서 중동 국가에 귀화한 아프리카 철각들에 밀려 메달을 따내지 못했기에 지영준은 이번 대회에서 샤미를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여겼고 레이스 내내 붙어 다니면서 샤미를 괴롭혔다.

샤미는 그럴 때마다 지영준에게 '멀리 떨어져 뛰어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신경전에 말리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샤미는 32㎞ 급수대 지점에서 발이 꼬이자 지영준의 등을 손으로 내려치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저지른 데 이어 37㎞ 지점 급수대에서는 물병 대신 물을 적신 스펀지만 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서서 자원봉사자에게 항의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경기 후 샤미의 행동은 명백한 실격 사유라며 지영준의 금메달과 별도로 대회 조직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한편 앞서 끝난 여자부에서는 저우춘슈(32.중국)가 2시간25분00초를 찍고 2회 연속 우승했다.

한국의 이선영(26.SH공사)은 2시간39분37초의 저조한 기록으로 9위에 머물렀고 임경희(28.수원시청)는 뛰다 중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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