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칠곡고등학교

비만관리프로그램에 맞춰 운동하는 학생들

아무리 몸부림쳐도 희망이 없을 것 같았던 시골의 '작은 학교' 칠곡고.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리에 있는 이 학교는 대구에서 불과 15분 거리에 있어 학생들을 대구로 빼앗기고만 있었다.

지난 해 이 학교의 신입생은 30명. 도내 122개 일반계 고등학교 중 신입생 수로만 보면 14번째로 작은 학교다. 지난 1983년 개교할 때만 해도 한 학년에 2개 학급이었던 이 학교가 한 학급도 겨우 채우는 학교로 침체가 계속되자 학생도, 교사도 의욕을 잃은 채 겨우 명맥만 이어가는 상태가 수년간 이어져왔다.

그러나 지난해 갑자기 이 학교에 엄청난 변화가 몰려왔다. 교사들은 '기적'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영어캠프에 참가한 학생들

지난 13일은 이 학교가 쇼핑몰 업체인 원신월드사와 연간 4천500만원의 장학금 지급 협약을 맺는 날이었다. 그러나 이날 학교는 협약에 '실패'했다. 이 회사의 이우혁(79) 회장은 이 학교 이성호 교장으로부터 지난 한 해 동안 이뤄진 학교 발전에 대한 얘기를 듣더니 "이 정도로는 안되겠다. 1억원으로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었다. 결국 협약 금액을 수정키로 하고 협약식을 다음으로 미뤘다. 이 사건은 또 하나의 '기적'이 됐다. 이 장학금으로 학교는 오는 신학기부터 30명의 신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금하고 매일 저녁 식사를 학생과 교사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장은 이날 교장으로부터 지난 1년간의 변화를 듣고 감동한 나머지 이같은 결정을 한 것이었다.

이 학교가 가장 자랑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체험활동이다. 교과과정과 연계해 연중 수시로 돌아가는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이 학교 학생들은 녹색체험 등 수많은 체험활동과 여행, 견학을 비롯 뮤지컬 관람 등에 나선다. 전교생이 90명밖에 되지 않아 전교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학교는 또 신동 앙상블이라는 관현악 동아리도 만들고, 농구, 태권도, 일러스트 동아리도 만들었다. 칠곡군청은 학교의 의욕을 보고 댄스와 농구동아리의 강사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성호 교장

이 학교는 또 인성교육도 강화했다. 우선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많은 것부터 줄여보고자 했다. 금연클리닉 교실을 마련하고 금연조깅, 금연노래부르기, 금연전문가 초빙 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돌렸다.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되자 전교생 83명 중 27명의 흡연학생들이 15명으로 줄었다.

학력향상에도 나섰다. 이른바 PCK라는 프로그램을 도입, 모든 교사가 학부모와 동료교사들에게 학기당 2회 이상의 수업을 공개토록 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 만족도를 조사를 했다. 교사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 학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비만관리가 더 어렵다는 것을 파악하고 비만 관리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결과 전교생의 평균 체중을 4㎏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해 이 학교는 전국 20개 학교를 선정하는 한국학교건강증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수상 학교 중 보건교사가 없는 곳은 이 학교가 유일했다.

학부모들과 재미있게 지내는 일도 많아졌다. 학부모 연수 거점학교인 점을 살려 인근의 초중학교 학부모들을 초청해 하룻동안 잔치도 벌였다. 이 행사를 학교를 알리기 위한 좋은 기회로 활용했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합창을 하고 신동앙상블 동아리 학생들은 멋진 연주를 했다. 학부모들은 발명교실에 초청돼 화장품 만들기 등의 재미있는 체험도 하고 맛있는 저녁 식사도 함께 했다. 결정적 순간에 교장이 나와 학교 자랑과 함께 공부를 잘 하게 하는 법 등의 특강을 했다. 이 행사를 통해 학부모들은 이 학교를 다시 보게 됐다. "이제 저 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되겠다!" 이 행사는 기피학교가 인기학교로 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불과 1년, 학교에 생기가 넘치게 하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 해 학교를 가장 활기있게 운영한 곳을 선정하는 경북도교육청의 에듀탑 공모전에서 우수 학교로 선정되고 이어 도교육청의 학교평가에서 지금까지 항상 '미흡' 평가만 받아오던 관례를 깨고 '우수' 판정을 받았다.

과연 학력은 얼마나 올랐을까.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 학교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수 비율이 2009년 0%에서 지난 해에는 11.1%가 됐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2009년 21.4%에서 지난 해에는 7.4%로 줄었다.

수능시험에서도 변화가 왔다. 언어영역과 사회탐구 영역에서 처음으로 1등급 학생들이 2~3명씩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학교 졸업 후 전문대 진학이 대부분이었던 이 학교는 지난 해 4년제 대학에 7명이 합격했으나 올해는 이미 사상 처음으로 교원대와 경북대, 부산대 등 국립대 합격자를 냈고 4년제 대학 합격자는 13명으로 껑충 뛰었다.

학교가 이렇게 발전하니 2011학년도 입학지원자는 정원 30명에 47명이었다. 17명이나 떨어지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학교는 이달 초 '큰 상'을 받았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2010 교육과정 우수 베스트 스쿨 100'에서 고등학교로는 경북에서 유일하게 포함된 것이었다. 특히 이 평가에서 이 학교는 선진형 교과교실제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얻어 '베스트 5'에까지 포함됐다. 그래서 이 학교는 오는 27~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학교 교육과정 선진화 엑스포'에서 학교 경영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할수 있다'는 동기 부여 미래에 대한 꿈 심어줘

이성호 교장 인터뷰

"이 학교는 5년전까지 진학 기피학교였다. 교장도 대부분 퇴임을 앞둔 분들이 1년만 하고 가는 '거쳐가는' 학교였다. 교사들도 승진 욕심이 없이 패배감에 젖어 있었고 학생들은 집안이 가난한 아이들이 많았다. 교육을 제대로 하자는 학부모들은 모두 대구로 나갔다. 그래서 이 학교에 처음 와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교사와 학생들에게 학교의 슬로건에 대한 공모를 하고 교사들에게는 모든 교육활동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고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했다. 연중 교원 역량강화 연수를 실시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많았다. 그래도 계속 밀어부쳤다. 하다보니 귀찮은 것이 없어지고 잘 하기 위한 노하우가 생겼다. 학생들에게 가까이 가고자 교실로 찾아가 공부에 대한 의욕과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 위한 훈화도 한 달에 세 번씩 했다.

학교를 발전시키기에는 작은 학교가 좋다. 우선 교육과정 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고 학생과의 1대1 맞춤형 개별지도가 가능하다. 우리 학교는 연중무휴로 학생들이 공부하게 하는데 학생과 교사들이 모두 즐겨 한다. 작은 학교는 또 적은 예산을 투입해도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이와 함께 학생들 및 직원들과의 소통이 쉽고 지역사회의 연대도 더 잘 된다. 고교의 경우 2학급 정도까지는 이같은 '작은 학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추세라면 칠곡교는 내년부터는 2학급씩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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