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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지원·변화' 3박자 완벽조화 …"멀리서 학생들이 찾아와요"
'열정·지원·변화' 3박자 완벽조화 …"멀리서 학생들이 찾아와요"
  • 류상현기자
  • 승인 2011년 02월 01일 00시 12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2월 01일 화요일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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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영주 봉현초등학교
생태 체험에 나선 학생들

영주시 풍기읍에서 불과 2㎞ 떨어진 봉현면 대촌리 봉현초등학교는 바로 그 2㎞라는 거리가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 '짧은 거리'가 더 유리한 여건이 됐다.

수년 전까지 대촌리는 물론 인근 마을의 학부모들은 이 학교를 외면하고 풍기읍내의 학교를 선택했다. 1935년에 세워져 한 때 800여명의 재학생을 가졌던 '역사 깊은' 이 학교도 이농현상과 이같은 큰 학교 선호 현상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지난 2006년에는 전교생 38명으로 폐교 대상학교에 이름이 올랐다.

바로 그 때(2006년 9월 1일) 이동경 교장이 이 학교에 초빙교장(~2010년 8월)으로 오면서 학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 교장은 학교 살리기에 들어갔다. 우선 동창회와 지역 기관 단체들을 찾아 협조를 요청했다. 동창회는 선뜻 2천500만원의 발전기금을 내놨다. 이 교장은 학교가 받은 작은 상금까지 모두 모아 발전기금으로 비축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에게 바이올린을 지급,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지도를 한다.

'장학생 프로젝트'라는 것도 만들어 30만원씩의 장학금이 들어있는 통장을 입학식날 학부모와 아이에게 전달했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 이를 간직해 대학 입학 장학금으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세뱃돈과 용돈을 여기에 모아 지금까지 300만원을 모은 학생도 있다.

발전기금이 쌓이자 5, 6학년 아이들은 2박3일의 제주도 수학여행을 무료로 다녀오기도 했다. 학교 생기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한 뮤지컬, 각종 음악 공연 등을 다녀왔다. 월 1회 학교에서 서양의 식사 매너를 익히는 '양식 체험'은 아이들에게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날에는 학부모들이 직접 요리를 한다.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있다.

학교는 특히 방과후 프로그램에 사활을 걸었다. 먼저 전교생에게 바이올린을 지급했다. 쑥쑥 늘어난 실력은 학교 행사때나 정기 연주회 등에서 감칠맛나게 연주됐다. 댄스 스포츠, 독서 논술, 서예, 미술, 과학, 수학, 영어 등의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됐다.

2008년 도교육청이 실시하는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학교는 날개를 달았다. 매년 2천500만원씩의 '거금'이 지원돼 학교 시설이 리모델링되고 방과후 프로그램은 3개에서 11개로 늘었다.

2009년 교과부의 '전원학교'에 지정된 것은 발전에 기폭제가 됐다. 13억여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모든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하고 3학년 이상 전교생에게 노트북이 지급됐다. 다목적 교실, 영어체험교실, 컴퓨터실 등이 지어지고, 운동장에는 생태체험장이 만들어졌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서예, 댄스스포츠, 컴퓨터, 요가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임세빈 영주 봉현초등학교 교장

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에다 도교육청의 '학부모 사업' 지원이 이뤄지면서 학부모들은 매달 아이들에게 생일잔치, 매주 토요일 오후 저소득층 아이들과 목욕탕 가기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목욕탕 가는 날 10여명의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맛있는 점심도 함께 먹고 서점에 가서 책도 산다. 주민들은 또 학교의 '마을 도서관' 사업에 감동을 느낀다. 이 학교 임세빈 교장은 교회와 마을 공부방에 학교 도서관 분소를 내고, 매월 학교 도서관의 책 수백권을 갖다주고 바꿔온다.

학교의 이같은 변화와 열정은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학교가 순식간에 살아났다는 소문을 듣고 2007년에는 도교육감까지 학교를 방문했다. 이는 대외 공신력으로 이어졌다. 이동경 교장 부임 후 첫 신입생을 받는 2007년 신학기가 되자 학생들은 47명으로 늘었고 2008년에는 53명, 2009년에는 62명으로 불었다. 지난 해 9월 이 교장이 퇴임하고 현재의 임 교장이 초빙됐다. 임 교장은 이 교장때 이 학교의 교감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어 이전의 프로그램들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프로그램들은 보완되고 확대됐다. 아이들은 계속 찾아왔다. 지난 연말에는 77명으로 불었다. 지금은 방학중인데도 전학문의가 쏟아진다. 오는 신학기가 시작되면 83명이 된다. 올해 100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아이들의 수만 늘어났을까. 강순남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 왕따가 된 아이들이 가끔씩 전학을 온다. 여기 와서부터는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이전에 정말 왕따였던 아이인지 의심될 정도로 변한 것을 보고 우리도 놀란다. 학력미달 학생들도 특별 프로그램으로 성적이 쑥 올라간다"고 말했다.

올해도 학교엔 경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원학교 심사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돼 오는 2월 10일 교과부로부터 상을 받게 된 것이다.

이 학교는 지금 겨울 방학이지만 아이들 소리가 울려난다. 각종 방과후 프로그램에 따라 전교생이 매일 등교하고 있다. 때문에 교사들도 매일 학교에 나오고 있다. 이같은 학교의 '열정'을 주민들은 알고 있다.

프로그램·준비물 무료 운영 방학에도 전학문의 쏟아져요

임세빈 영주 봉현초등학교 교장

-죽은 학교가 살아났다고 학교에 활기가 넘친다. 급격한 성장으로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도 있을 텐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통학버스다. 현재 33인승 1대를 운행하는데 아이들이 늘어 일부 학생은 서서 타야 한다. 한 대를 더 들이자니 운영비가 만만찮다. 인근학교와의 관계도 문제다. 우리 학교가 잘 되니 그 쪽의 아이들이 이곳으로 오려고 한다. 내년에 입학생이 5명 이하인 학교가 인근에 수두룩 하고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있다. 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학교의 변화가 실감되는가.

전학문의가 전국에서 매일 오고 직접 찾아오는 사람도 많다. 방학도 없이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되니까 이를 보고 전학 오겠다는 사람도 많다.

-이 학교의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몰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프로그램 운영비는 물론 학기중의 점심과 준비물, 방학중의 간식 등이 모두 무료라는 점이 크다고 본다. 그러나 교장의 의욕이 제일 중요하고, 여기에 교사의 협조, 동창회와 지역 사회의 지원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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