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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이곳이 전원학교 아닐까요
숲속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이곳이 전원학교 아닐까요
  • 류상현기자
  • 승인 2011년 03월 07일 00시 08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3월 07일 월요일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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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포항 청하중학교

한 때(1981년) 전교생이 1천42명에 달했던 '큰 학교' 포항 청하중학교(포항시 북구 청하면 덕성리)도 농어촌 인구감소 물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10년 뒤인 지난 1991년 전교생은 489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그리고 9년이 지나 2000년에는 그것마저 다시 반으로 줄어 243명. 학생 감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09년에는 또 그 절반인 126명으로까지 내려갔다. 이런 추세라면 수 년 뒤 학교는 없어질 것이 뻔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학생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올해도 전교생 수가 늘었다. 어찌된 일인 지 지난 3일 이 학교 박창원(54) 교장을 만났다.

-학교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박창원 교장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라고 자부합니다. 학교를 둘러싼 소나무 숲 덕분입니다. 숲은 세종대왕때 조성된 역사 깊은 곳입니다. 100~500년 된 소나무 500여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이 숲으로 우리 학교는 지난 2000년 제 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학교 숲 부문 대상, 2002년에는 '아름다운학교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지요. 학교 바로 옆에는 기청산 식물원이 있고 숲 앞에는 맑은 청하천이 흘러갑니다. 아이들은 숲 속에서 공부하고 여름에는 숲을 이용한 많은 수업도 합니다. 숲에 산책로와 생태공원, 정자 등을 만들어 주민들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숲은 학생들의 정서발달에 큰 도움이 되지요"

-농어촌 학교들에서 학생들이 빠져나간다고 야단입니다. 하지만 이 학교는 2년 연속 학생수가 늘어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학생수가 최저점에 달한 것이 2009년 126명입니다. 그러다가 2010년에 137명으로, 올해는 150명으로 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구 외의 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왔다는 겁니다. 이전에는 학구내의 청하·월포초등에서만 학생들이 진학을 했지요. 올해는 학구 외의 10개 초등학교에서 18명의 아이들이 왔습니다. 특히 이 중에는 포항시내권 7개 학교에서 15명이 왔습니다. 이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사들이 열심히 하고, 작은 학교만이 가진 장점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는 밤 9시까지 아이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저녁 식사도 학교에서 하게 한다. 공부가 끝나면 스쿨버스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다. 사교육이 전혀 필요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인근의 2개 학원 중 1개가 작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이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공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처음부터 이랬다면 학원은 생기지 않았겠지요"

게다가 이 학교는 다른 학교에는 없는 제2외국어로 중국어까지 가르치고 있다. 방과후 학교가 아닌 정규 수업 시간에 제2외국어 수업을 하는 것은 일반 중학교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

이를 위해 학교는 다문화 가정의 중국 원어민 교사를 확보했다. 앞으로는 중국 학교와 교류도 계획하고 있다.

-전원학교로 지정된 것이 학교 발전에 큰 도움이 됐겠지요.

"전원학교라는 정부의 구상이 나온 때와 제가 교장이 된 때가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졌습니다. 교감이던 지난 2008년 저는 '교장이 되면 학교에 변화를 줘 학생수 감소에 대한 불안을 없애고 학교를 명문교로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어느 날 신문에 전라도의 한 중학교에 서울에서까지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당장 그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정말 많을 것을 배웠습니다. 돌아와서 전국 아니라 포항에서라도 아이들이 찾아 오는 학교를 만들어보자며 학교 장기발전계획 수립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교장이 된 2009년 6월에 교과부의 전원학교 공모를 봤습니다. 학교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습니다. 교사들과 '목숨을 걸고 도전해보자며' 1개월동안 매일 저녁 머리를 맞댔습니다. 1년 넘게 준비해 온 장기발전 계획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포항에서는 4개 학교가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결국 우리가 선정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1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습니다"

학교는 이 예산으로 전교생이 졸업하기 전까지 1개 이상의 악기를 다루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기타, 오카리나 등 악기를 구입하고 음악시간은 주당 1시간 더 늘였으며 음악실도 3개나 만들었다. 학교 숲에는 생태체험장을 조성하고, 노작체험장도 만들어 학생들이 손수 식물을 가꾸도록 했다. 수학여행은 학년별로 하는 역사체험, 문화기행, 과학기행 등 테마체험학습으로 바뀌었다. 가장 많이 바뀐 것은 학교 시설. 모든 교실에 전자칠판이 설치되고 낡은 교실은 깔끔하게 리모델링됐다. 주민들을 위한 테니스, 배드민턴, 중국어 등 평생학습 프로그램도 이 때 개설됐다.

"학교를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주민들에게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어 강좌에는 인근 초등학생도 참가했는데 이 학생이 자기 어머니도 이 강좌에 모시고 나왔어요. 그리고 이 애는 올해 우리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지난 해 12월에는 학교 사상 처음으로 입학설명회라는 것을 개최했는데 상당히 많은 학부모들이 오셨습니다. 개별 상담을 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우리 학교에 자녀를 보냈습니다"

-너무 열심이신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싫어하지 않습니까?

"업무가 많아지면 싫어하는 교사도 당연히 있다고 봐야지요. 우리 학교는 6월만 되면 '공개수업 주간'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때 모든 교사들이 수업을 개방해 다른 교사들이 참관합니다. 이를 30년 넘게 해왔으니까 수업의 질이 높아질 수 밖에 없지요. 작년부터는 이를 학부모에게까지 공개했습니다. 수업공개를 싫어하는 교사도 있지만 이를 잘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도 교장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우리 학교 교사들은 정말 다른 학교보다 학교 발전에 열성과 애착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부터 열심을 보여야 합니다. 저는 입소문에는 주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겨 미용실까지 찾아가 아이들을 보내달라며 학교 홍보물을 나눠줍니다. 동창회는 당연히 자주 찾아가야 하고, 지역 기관과 단체, 기업들을 찾아 학교 홍보를 하고 장학금, 후원금을 유치해옵니다. 우리 학교 전 교직원들은 매년 1번씩 전국의 우수 학교를 방문합니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가서 보고 배우고 돌아옵니다"

2009년 이후 이 학교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은 5.6%에서 지난 해는 2.4%로 줄었고, 학원수강생은 55%에서 19.4%로 줄었다. 지난 해에는 학기중에 9명이 전학을 왔다.

-학교가 발전하게 된 다른 요소는 없습니까?

"우리 학교는 사립이지만 소위 족벌이란 것이 없습니다. 이사장은 학교 바로 옆에 있는 기청산식물원의 이삼우 원장님이신데 학교에 원장님의 친인척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정말로 개인 소유의 학교가 아니라 지역의 학교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학교는 우리 지역을 살리는 구심점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교장이 되면서부터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교장이기 전에 주민입니다. 앞으로 기업체와 기관·단체들을 더욱 많이 찾아다니면서 학교 발전에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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