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철 사회부 기자

'100 VS 0'

대구에서 가장 많은 차량이 지나는 곳 중 하나인 달구벌대로. 24일 오전 홈플러스 용산점에서 반월당네거리 사이 구간에 걸린 현수막의 갯수다. 하나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이다. 정확히 100개가 걸려 있었다. 0이란 숫자는 '천안함 추모 1주기'에 대한 현수막이 걸린 갯수다.

신공항 현수막은 교차로를 하나씩 지날 때 마다 평균 7~8개씩 보였다. 한 교차로에는 10개이상의 현수막이 층층이 걸려 있는 곳도 있다. 괜히 천안함 현수막을 더 찾으려다 격차만 더 벌어질 것 같았다.

26일은 천안함 침몰 1주기다. 지난해 이 맘때 46명의 해군장병들을 바닷속으로 보냈고, 우리는 그들을 가슴에 묻었다.

어김없이 1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분향소가 만들어졌다. 행정기관, 군부대, 대학생단체 등 분향소를 운영하는 이들도 다양하다. 국민들은 분향소에서 국화를 헌화하고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공식적인 분향소가 없다. 대구지방보훈청은 구미 금오공고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지방보훈청이 고 김선명 병장의 모교인 금오공고에서 자체적으로 가질 예정이던 추모식의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분향소를 설치하고, 지역 기관장들을 초청했다.

보훈청은 구미에서 열리는 1주기 추모식과 관련해 대구지역 기관단체장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앞서 보훈청은 이달 중순 지역 각급 기관단체에 천안함 1주기에 대한 협조공문을 보냈다. 전광판이나 현수막 등을 이용해 '천안함 추모 1주기'에 대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려줄 것을 부탁했다.

경북도교육청의 경우 21일부터 26일까지 천안함 관련 집중 홍보기간으로 정해 추모기간을 안내한다.

대구 일부 초·중·고등학교에서 추모 현수막을 내걸거나 안보현장체험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학교를 빼고, 행정기관 등에서 추모분위기를 찾기는 어렵다. 보훈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내건 현수막이 전부다. 대구지역 한 구청 관계자는 "신공항 유치기원 현수막은 있지만 천안함 추모 관련 현수막을 따로 설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 시내에 걸린 수백개의 현수막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염원을 말해주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다. 특히 30일 신공항 입지선정결과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대구에는 26일 각 행정기관이 조기를 게양한다. 특별한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고 별다른 추모행사를 갖지는 않는다. 올해는 동남권 신공항 유치 때문에 추모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지만, 시민들이 천안함을 잊은 것은 아닐 것이다.

천안함, 올해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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