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편집국 기자

사람마다 독특한 체취가 있다.

체취는 한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인의 집을 방문할때 느낌은 시각적 요소만큼 후각적 요소도 강하게 작용한다.

국가별 냄새에 대한 이야기도 여행객을 통해 쉽게 접한다. 인도의 강한 카레향, 일본의 간장 냄새, 한국의 김치냄새 등 후각을 통한 경험은 오랜 세월 동안 대상의 성격을 각인 시키기도 한다.

옛날 미국의 한 천주교 신부가 쓴 회고록을 보면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구린내'라고 적고 있다. 유명한 한국전쟁사 'This Kind of War'의 저자 T.R.Fehrenbach도 미군 병사들은 한국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심한 구린내 때문에 코를 막아야 했다고 썼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농촌에서는 인분을 농작물의 비료로 썼고 지금의 호사를 누린지도 몇년되지 않았다.

지난해 G20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동안 서울과 인천공항 간의 고속도로 근방의 쓰레기와 하수처리장 운영이 잠시 중단되었다고 한다. 썩는 냄새가 진동하여 외국 귀빈들에게 한국에 대한 불쾌한 첫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주말 KTX 신경주 역사를 간적이 있다. 수년간 외국에 머물다가 모처럼 가족과 함께 경주 포항 등 동해안 나들이를 나선 친구 마중을 간 것이다.

새로 역사를 시작한 신경주역은 멀리서도 그 웅장함에 잠시 넋을 놓게 했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2시간만의 주파, 광속같은 속도감에 도취되기도 잠시, 친구내 식구들이 느낀 후각적 첫인상은 가축 분뇨, 쉽게 말해 '똥냄새'다.

생애 처음으로 경주를 방문한 어린 녀석은 코를 싸잡고 빨리 역을 벗어나자고 보챘다. 어린 친구는 아마 커서도 경주 하면 떠오르는 게 분뇨 냄새가 아닐까. 승용차의 문을 끝까지 올리고 허겁지겁 역을 벗어났다. 친구의 학창시절 이후 20년만의 경주 방문은 달갑지 않은 향기(?)로 시작됐다.

경주는 연간 관광객수만도 1천만명에 이른다. 벚꽃 개화시기를 맞아 보문단지 등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경주로 동해로 이어질 것이다. 그들중 상당수는 신경주역으로 추억 여행을 떠날 것인데 인근 돼지농장 이전 지체가 부른 후각의 반란으로 수백만 관광객들은 두고두고 좋지 못한 기억을 남길 것만 같다. 벌써부터 언론의 질타를 받아온 부분이다.

이제 계절도 바뀌어 신경주역의 고통은 더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 관계기관은 자신들이 후각이 둔해진 것처럼 방문객들의 코가 저절로 무뎌지기만 기다리고 있는건 아닐까 의문이다.

천문학적 비용의 국가적 인프라가 돼지 X냄새에 휘둘리고 있다. 지자체등 관련 기관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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