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김씨-물이 안 나오드냐? 또 뽐뿌 고장인가 봐!

혜경-아니예요.

김씨-올라오다가 넘어졌군 그래. 첨 하는 일이 쉬울 줄 알았드냐?

혜경-넘어진건 아니예요.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데 새에 끼어드는 사람이 하나 둘이라야지요. 그대로 기다리다간 종일 서 있어도 물은 못 받고 말것 같에요. 권서방이 사납게 구는 것도 무리가 아니예요.

재수-염치도 없이 새에 끼어드는 것들을 못 이겨내서 울상을 하고 되돌아와? 남이 하거든 나도 해야지. 지긴 왜 져! 아께까지는 큰 소리 하구 나가더니 왠걸! 큰 놈이나 저년은 임잘 닮아 뼈가 없어. 애비 뒤를 이을 놈은 뭐니뭐니 해두 동식이란놈 밖엔 없구나.

김씨-동식이는 아직 조합장 댁에서 묵고 있으니 그댁에 신셀 그만지고 데리고 옵시다.

재수-허- 그놈 참 용하다. 대단한 뱃장이거던! 에비보다 교제술이 훨신 나은걸.

혜경-그집 아들녀석과 사괴다간 동식인 영영 저 지경이 되고 말거예요.

재수-저 지경이라니? 동식이가 어떻단 말이냐?

김씨-(딴청을 피우며) 곗돈은 내놓을 수 없구만요. 우물 일은 며칠 더 알아 본 후에 결정해도…

재수-남정네 하는 일을 도우지는 못할망정 사사건건 트집이나 잡고. 뭐가 어째…

(불같이 화를 내며 마당으로 내려선다)

혜경-(아버지의 앞을 가로막고) 몇일만 더 기다려 내막을 더 알아 보시고 가세요.

재수-내막이라니? 무슨 내막이란 말이냐? 계집애가 건방지게… 털도 안난 암닭 조차 우니 이것 집안 망하겠다!

혜경-어머니! 그 돈… 곗돈이라도 있거든 내 놓으세요. 어머니! 아버질 막아요! 아버지 곗돈 받아 쓰세요. 네! 아버지!

김씨-혜경아! 네가 왜 이러니? 네 에비 고집을 새삼스럽게 막으려 드느냐? 하시겠다는대로 내버려 둬라. 너 마자 남의 곗돈에 손을 댈랴는거냐!

혜경-그래두 어머니… (재수 걸어간다) 어머니! 아버질 말려요! 아버지! 그 돈은 제가 어떻게든 할테니..... 아버지! 오늘 저녁만이라도 가시지말고 기다려 보세요. (뒤에서 아버지의 소매를 잡아 다닌다)

재수-(뿌리치고) 이년이 미쳤나!

(퇴장한다)

혜경- (멍하니 대문 쪽을 바라보고 서 있다 홱 몸을 돌려 청으로 달려가 김씨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울며) 어머니! 어머니도 원망스러워요. 얼른 가 아버질 말려줘요.

김씨-(어안이 벙벙해서) 얘가 갑자기 왜 이럴까? 우물에 다녀 오더니 이 야가 좀 이상하구나…

혜경-어머니! 이제 난 몰라요! 난 몰라… …

(막이 내린다)

제 2막

제 1장

제1막과 같은 무대

전막보다 2일후의 오후

재수와 반장이 청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장을 통하여 담 넘에서 청석을 뚫어 파는 망치소리와 사람들의 외치는 소리가 이따금 들려온다.

재수-이젠 발 쭉 뻗고 잘 수 있겠오. 저렇게 막상 공사를 시작해 놓고보니 앞으로 안될 일이라곤 없을것 같군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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