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권서방-(고통으로 상을 찌푸리고 손목을 주물으면서) 그런데 그놈도 여간한 놈이 앙이던데 (몸짓 섞어가면서) 서로 막 치고 막 박고, 막 차고, 막 물고, 막 뜯고 하다가 잡지 못하고 고만 놓쳐 버렸엉. 앗다 그놈만지 날센 놈은 첨 봤네. 나도 날래기는 둘째 가라면 슾한 놈인데 워낙 각중에 막달라 들기 때메 힘도 마음대로 못 써보고 고만 놓쳤고마.

동식-그놈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어?

권서방-시끄럽다. 어-말도 마라! 온 낯에 시컴은 터리기더라. 니가 봤으면 기절하고 넘어 젔을끼다. 그래도 그놈은 기집질은 곳잘하는 모양이지. 구리-문가 향순가하는 냄시가 막 코를 찌르던데.

상팔-앗 저기 있던 구두가 없어젔네.

동식-참 그렇다. 아버지 우리가 나올때 까지는 누나의 구두가 여기 있었던데요.

재수-음? 네 누나의 구두? 이상하다. 그동안에 네 누나가 집에 돌아왔을까? 이것 참! 귀신이 탄복할 노릇이네.

동식-우리도 구두만 있고 사람이 안보이 길래 누나를 찾으러 나온길인데요.

상팔-뛰어 나가던 사람이 혹시 네 누나가 아니었을까?

재수-(권서방 보고) 이녀석이 똑똑히 봤나?

권서방-누굴 오빼미로 아나? 기분 나뿌게.

재수-어떤 옷을 입었더냐?

권서방-우에는 흰 와이샤쓰를 입고 밑에는 짤막한 껌은 바지를 입었던데.

상팔-크림 냄세라.... 짤막한 바리라... 아마 혜경씨를 잘못 보고 하는 소리 같애.

재수-이녀석아! 또 한잔 했지?

권서방-어디 막걸리라도 한잔 받아 좃덩교? 자 술냄시라도 나는가 맡아 보이소 (재수의 코에다 입김을 '하-'하고 분다)

재수-아- 구린내야! 저리 비켜! (밀어 버리니 뒤로 비틀거리는 것을 상팔이가 부축하는 체하고 걷어 넘겨 뜨린다.)

권서방-(개구리 모양 엎어져) 아이쿠! 아이구 아야! 아이구 아야! 사람 살려!

(일꾼갑 '왓하…'웃으며 퇴장)

재수-(동식에게) 이 똥개 녀석을 당장에 들어내 버려!

동식-OK! (권서방을 들어 올리려하나 반항하는 힘에는 못이긴다.)

상팔-이걸 하나 못 들어! (권서방을 번쩍 들어올려 대문밖으로 내어 놓고 뒤에서 차버린다.) 가! (권서방 비틀거리며 퇴장. 상팔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재수-자넨 웬 힘이 그렇게 세냐?

상팔-뭘요. 저따위 하나쯤을 가지고.

재수-동식이와 가치 놀러오라고 아께 자네 이모부를 보냈는데.... 이모부는 만났나?

상팔-아니요. 못 만났어요?

동식-누나를 만나러 왔는데 누난 어디에 숨었다가 뺑손이를 친 모양이에요.

재수-개가 숨기는 왜 숨는 담? 아마 자네가 오니 부끄러워서 그런 게지.

동식-일부러 이렇게 상팔형을 데리고 왔는데 뺑손이를 치다니... 누나는 내 얼굴에 똥칠을 했어요.

재수-허- 요사이 젊은 놈들은 왜 이리 성급할까. 다 시간이 해결해 주느니라. (권서방 다시 등장하여 대문밖에서 얼굴만으로 들여다 보면서)

권서방-저것 봐라! 저건 하찌꼬- 란 놈 앙이가. 니가 뭐 묵자고 여기까지 왔노?

상팔-이 늙은 것이(대문으로 달려가려 한다. 제수 말린다. 최사빙 급히 사라진다)

재수-내버려두게. 자- 청으로 올라가서 우리 얘기나 하자. (상팔 주저한다)

왜 이러고 있어? 나중에 혜경이가 오거든 꽃 잡아둘테니 염려 말게. (앞서 청으로 간다. 동식은 상팔의 옆구리를 푹 찌른다. 상팔이 희색이 만연해서 동식의 머리를 가볍게 친다.)

(최서방 대문으로 또 들어다 보고)

최서방-하- 영감의 꿍꿍이 속을 인자 알겠다.

재수-저. 저놈이 죽고 싶어 환장이냐 !

(동식 달려간다. 최서방 사라진다. 대문 밖에서 "아야 ! 사람 죽는다 !"하는 최서방의 비명. 이윽고 김씨가 동식을 끌고 들어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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