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최고령 법인택시 기사 최해민 할아버지

최고령 법인 택시를 운전하는 최해민 기사.

요즘 택시를 타보면 고령의 택시 기사를 만날 때가 많다. 그렇게 나이 많은 분들은 대게 정년퇴직하고 개인택시를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70이 넘어 회사 택시, 즉 법인 택시를 운전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최해민 기사는 72세에 아직 법인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그는 차를 아낀다. 회사 택시지만 자기 몸처럼 차를 아낀다. 택시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하는 필자의 말에 그는 다른 택시를 타고 왔다고 한다. 택시 기사가 남의 택시를 타고 왔다는 말에 이해가 안 되어 쳐다보자 그는 웃으며, "내가 쉴 때는 차도 쉬어야지요" 한다. 그래서 쉬는 날에 볼 일이 있을 때는 다른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이용한다. 그의 이런 마음이 이 나이까지 택시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혼자서 산다. 부인과는 아이들 남매가 어릴 때 사별했지만, 많지 않은 수입에 남매를 제대로 공부시키려면 재혼을 포기해야 했다. 그때는 학교급식이라는 것이 없었던 시대라 혼자서 도시락을 네 개씩 사며 아이들을 키워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렇게 혼자서 어렵게 살아온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껄껄 잘 웃으며 유쾌한 표정이다. 그는 60세에 영업 택시 운전을 시작해서 지금은 회사에서 가장 나이 많은 기사이다.

△ 60 나이에 어떻게 택시 운전을 시작했습니까?

"운전을 한 지는 오래되었지요. 젊을 때부터 일본 사람이 버리고 간 차 닛산에서부터 트럭 운전도 하고 정비도 하고 하다가 추레라 운전을 했는데 그것이 나이 먹어서 하기는 좀 힘든 것이거든요. 그래서 택시를 시작했지요."

△ 택시를 하시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많지요. 요즘 택시가 벌이는 별로 안 되어 사납금 내기도 힘들지만, 이 나이에 지겹지 않게 시간 보낼 수 있고, 사납금만 챙겨 내면 별로 구애 안 받고 자유스럽게 생활할 수도 있지요. 그래도 적당히 매이고 책임진 일은 해야 하니 돌아다니면서 돈 쓸 시간이 없으니 그것도 돈 버는 것이지요. 쉴 참에 동료들과 장기도 두면서 잡담을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고…."

△ 영업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아이구, 그것도 많지요. 제일 골치 아픈 것은 술 취한 손님들인데 취한 사람들 두 팀만 타면 차 안이 온통 술 냄새라 나도 취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로 모실까요 하면 무조건 우리집으로 가자 하고 계속 직진하라고 하고, 내가 자기 집이 어딘지 어떻게 압니까? 그래서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이 새끼 우리집도 몰라 하고 욕도 하고, 이런 사람들은 안 태우려해도 안 취한 사람도 같이 타는 줄 알고 차를 세우면 취한 사람만 태우고는 문 닫고 가버리니 어쩔 수 없지요. 언젠가는 술 취한 남자가 부부간에 같이 서 있길래 차를 세웠는데 남자만 태우고는 문을 닫아버리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자는 포장마차 주인인 겁니다. 오래 안 가고 술주정을 하니 택시기사에게 떠넘겨버리는 거지요."

술꾼으로 인해 곤욕을 치른 얘기가 나오자 그는 달변이 된다. 덩치가 있고 힘센 사람은 차 유리창까지 깬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회사에 연락해서 파출소에 내려놓는데 파출소에서도 행패를 부린다고 한다. 이런 얘기는 최해민기사에게 만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모든 택시 기사들이 함께 겪는 어려움일 것이다.

△ 그러면 스트레스가 많으실 것인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그냥 웃으며 즐겁게 삽니다. 내 주위를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속을 안 상하려고도 애 씁니다. 쉴 때는 산에도 가고 스트레스는 바로바로 풀고 쌓아놓지 않습니다."

△ 젊은 기사들에게 선배로서 한 말씀 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택시 하는 젊은이들은 화투나 잡기에 손을 대면 안 됩니다. 손님이 없을 때는 쉴 시간이 많으니까 심심풀이로 손댔다가 사람 버리는 경우도 있지요. 책상 앞에 매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니 쉽게 빠질 수가 있는데 조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돈 욕심내서 무리해서도 안 되지요. 무리하면 사고내기 쉬우니까요."

△ 아직 많이 건강해보이시는데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것인지요?

"허허 나야 얼마든지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요? 오늘이라도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와야지요"

껄껄 웃는 모습이, 그의 말처럼 아직 얼마든지 오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택시기사를 불신하는 사람, 택시기사를 종 부리듯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는 최해민 기사, 그가 자기 주위를 재미있게 즐겁게 하려는 노력에 힘을 실어주려면 택시를 타는 사람들도 그들, 기사들에게 예의를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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