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김씨-이놈아! 어쩌자고 늙은 사람을 함부로 때리는 거야!

재수-그런 주정뱅이는 죽어도 싸다.

상팔-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김씨-자네 왔는가.

재수-너희들은 우물 파는 구경이나 하다가 오너라. 네 에미와 할 말이 있으니.

동식-그러기보다 누나 찾으러 가보는게 어때?

상팔-그러자. 또 오겠읍니다.

재수-오냐, 나중에 또 오게.

(동식과 상팔 퇴장)

김씨-(청으로 올라가며) 곗돈이 제대로 뫃이질 않아 야단났는걸요.

재수-이젠 그따위 걱정할 팔자는 면할거요.

김씨-앗다 우물만 파면 노다지가 쏟아져 나온답디까.

재수-그렇구 말구. 우물이 팔팔 살아있는 금노다지를 캐냈거던. (김씨는 이해를 못해서 재수만 멍하니 쳐다보고 앉아 있을뿐) 글세 내말 못 알아 듣겠소? 이젠 우리도 운수 대통이야! (김씨를 쳐다보고 싱글 벙글 웃는다) 허- 임자도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어디 정치가 마누라 노릇해 먹겠나.

김씨-혼자만 서둘지 말구 어서 말을 해야 알지요.

재수-뭐니 뭐니해도 자식 잘 둔게 상 팔자야!

김씨-늙은 사람을 마구 때리는 놈이 뭐 그래 자랑스럽다고 야단이유.

재수-동식이가 아니라, 이번엔 혜경이야! 혜경이! 고것 참 고렇게 빼물고 있어도 사내 붙이기는 곧장 잘하는 모양이야.

김씨-뭐유? 혜경이가?

재수-암 그렇지! 요새 젊은 놈들은 계집애 보는 눈이 어두운줄 알았더니 아께 그애……. 조합장 아들 말이야. 그애가 혜경이에게 홀딱 반했다오.

김씨-그래요? 나도 눈치는 챘지만….

재수-그애 부모들도 우리와 사돈이 될 마음이 간절하거던.

김씨-아니 요보. 대관절 어떻게된 일이요…? 차근 차근 얘기해봐요. 도대체 어떻게 돼서 이런 벼락 혼인 얘기가 났나말이요.

재수-벼락이라니? 나도 벌써부터 생각이 꿀 같았지만…. 세상만사는 모두 때가 있는것이니 잠자코 때를 기달렸거던. 그런데 때는 닥칠려면 한꺼번에 닥치는가 보지. 아까 반장이 와서 혼인 얘길 하잖겠오. 난 시치미를 떼고 서-ㄱ 뒤로 재껴 고추먹은 대답을 했더니만 그쪽에서는 몸이 달아 환장이 아니겠어. 백배 사정을 하길래 못이기는체 하고는 임자와 의논해 보겠다고 반쯤 대답을 해 보냈지.

김씨-그래야죠. 혼사만은 당신 혼자생각으로만 못하는 법아니까요. 근데 여보 그집안은 그만하면 되지만….

재수-그만하면 된다가 무슨 소리야! 집안은 그만하면 됐지…. 아니 서부 일대에서는 그댁과 맞설 집은 없어. 그분은 이다음의 시장깜이야.

시장.

김씨-그렇지만 그상팔이란 애가 좀 신통치 않은것 같은데…….

재수-고지식한 소린 작작해! 학식을 보나 주먹을 보나 혜경이에게는 과한 신랑깜이야.

김씨-내가 듣기엔 시장에서 사람패는게 일수라던데요.

재수-시장의 장돌뱅이 깍쟁이 놈들이 어디 사람인가? 그런 개 돼지 놈들은 권서방 모양으로 맞아야 정신 차리는 법이야. 하여튼 사내 자식은 주먹이 세야돼.

김씨-좀더 두고 봅시다. 더 알아보고…….

재수-알아보긴 뭣을 알아본담. 내가 다 알아보고한 처사야.

김씨-그럼 반 승락이 아니라 온 승락을 했군요?

재수-하나마다. 지금 쯤은 반장이 통혼을 하고 있을꺼야.

김씨-그것봐요. 왠걸 내게 상의를 하겠소. 아께는 반대답을 했다더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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