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동욱-응! 취했어. 취해도 좋아! 취해볼테다. 취해서 오늘 저녁에 닥칠 악몽을 넘겨야겠다. 비겁하게도 내일을… 눈을 꼭 감고 내일을 기다려야겠다. 아니다. 내일을 기다릴 용기조차 자꾸만 죽어간다.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는다.)

강백-동욱이!

혜경-오빠! (엎디어 운다.)

강백-(자기도 모르게 혜경의 손을 잡는다. 혜경 강백의 손위에 얼굴을 대고 흐느껴 운다.) 동욱이! 더 격렬한 싸움을 앞두고 센치의 눈물로서 투지를 적셔서야 되겠나. 자네 조차 그러면 자네에만 의지하는 혜경씨는 어떻게 되나. 첫 고비에서 벌서 이렇게 동요해서 어떻컬 셈인가. 혜경씨 일어 나세요.

동욱-추태를 보여 부끄럽네 혜경아! 울지 마라.

강백-(혜경의 어깨에 손을 대고 일으키면서) 자! 울지 말고 힘을 내세요. (혜경 몸을 일어키고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는다. 잠시동안 침묵 이윽고)

동욱-(억지로 미소를 띄우고) 자네 한 잔만 더 하게. (강백 잔을 들고 한숨에 마신다.) 자네 불란서엔 이년 예정이지?

강백-응 될 수 있는대로 빨리 돌아올테야.

동욱-세시반 차로 상경할테지?

강백-응. 표도 미리 사 뒀네.

동욱-서울. 응 그래 그러면 역까지는 나가봐야지.

강백-쓸데 없는 형식을 찾을 우리 사인가? 또 술도 취했잖나 오늘만은 잠자코 혜경씨 옆에 있게. (일어서며) 자 그러면… 다른 곳에도 둘러봐야 되니 여기서 헤여지세.

혜경-유선생님.

강백-혜경씨 더 머물어 있고 싶습니다만…… 몸은 비록 타국에 있을지라도 어디서나 혜경씨의 행복을 빌겠읍니다.

(마당에 내려선다.)

동욱-큰 길 까지라도 가치 내려가세.

(동욱과 강백 대@쪽으로 간다. 혜경뒤 따라간다. 동욱 먼저 퇴장. 강백 뒤로 돌아선다. 강백과 혜경 마주 보고 서 있다. 혜경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강백-혜경씨! 싸와주세요. 혜경씨의 싸우는 모습은 물지게 긴 모습으로 구현화되여 저 그림보다 아름답게 더 생생하게…… 영원히 저의 가슴 속에서 살고 있을겁니다.

혜경-선생님! (강백의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운다. 강백 눈물을 닦는다.) 안녕히! (운다.)

 (갑자기 공사장에서 '와-'하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일어난다.)

 

 제3장

 제2장의 직후 제1장과 같은 전무대

 동욱과 강백 하수에서 비탈길을 내려온다.

 

 동욱-이젠 최후의 수단 밖엔 없다. 혜경이를 타지방으로 남 모르게 보낼수밖에 없겠다. 입대 까진 어머니가 불상해서 단행할 수가 없었지만.

 강백-그렇게라도 할 수 밖에 없겠네. 보낼려면 위선 거처를 마련해 둬야 될테데……. 서울에 있는 내 누나 집에 내가 올라가면 미리 말해 둘테니 내가 돌아올때 까지 거기에 맡겨 주게.

 동욱-혜경이도 이젠 막다른 골목에 부닫쳤으니 물론 이의가 없겠지.('물이야! 물 났다'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일꾼 갑과 을이 하수에서 비탈길을 달려내리고 '물이야! 최영감 집 우물에 물이 났다!'하고 외치면서 상수로 달려 나간다.)

 강백-자네 춘부장의 첫 소원은 수행되었군.

 동욱-흥! 내 알 바 뭐람!

 권서방-(상수에서 빈 물지개를 지고 헐레벌떡 달려온다.) 물이 났다딩이 참말이가? 그놈우 영감 독하기도 하다. 겨코 파냈구나. 딸 팔고 판 우물이 어떤가 맛이나 보자.

 (강백 비통한 표정으로 서 있는 동욱을 끌고 상수로 퇴장. 안에서 '불이야!' 하는 소리가 나더니 허리가 굽은 노파가 하수에서 비탈길을 급하게 내리다가 넘어진다. 권서방의 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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