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홍곤 그림/이철진

노파-아이구! 사람 죽네!

권서방-(급히 달려가 일어세우고) 엄마 와 이카능교?

노파-이놈아! 멀 하고 있노 불이란다 불.

권서방-뭐? 불 났다고요? (사방을 두러본다.) 어데 불 났능교?

노파-불이라 캉이 이놈이 뭐 하고 있어!

권서방-엄마! (귀에다 입을 대고 고함을 지른다.) 어데 불 났능교? 어데요?

노파-이놈아! 늙은 할마시가 아나? 나도 모르겠다. (동내사람들 상수에서 등장하여 '최영감 우물에 물이 났다'하고 앞을 다투어 하수 비탈길을 올라 퇴장.)

권서방-그러면 그렇지! 나도 이상하다 싶었다. 물을 불로 들었구나. 하하하.

노파-이놈아! 뭣이 우습노? 너는 불 끄로 안 가고 뭐 하노.

권서방-(귀에다 입을 대고) 불이 앙이라 물이요 물! 권영감 집 우물에 물이 막 났구마.

노파-헤헤헤 권영감 집에 불이 났닷고? 잘 뎄다. 내버리 도라. 헤헤헤.

권서방-아이구! 이 할망이 때문에 속상아 죽겠네.

(동장 상수에서 허둥지둥 등장)

동장-이것 야단 났네. 최영감 우물에 물이 났다는게 정말이냐.

권서방-예 정말입니더. 동장어른 어떡 가보이소. 짭은 물이 막 솓아 저 나옵니데이.

노파-동장어른 권영감 집에 불이 났구마.

동장-이건 또 무슨 소리야?

권서방-물을 불로 잘 못 듣고 그러능구마.

동장-이녀석아! 짜운 물이란게 뭐냐?

권서방-팔리 가는 딸이 얼마나 울었는지 소곰물이 뎄다요.

동장-이녀석이 또 누굴 놀려!

(권서방 급히 상수로 달려나간다.)

노파-이놈아! 어데 가노?

동장-이것 큰 일 났네! 선거 전 까지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더니… 이렇게 빨리 물리 나올 줄이야…. 좋다! 두고 보자! 난 내대로 대책을 세울테니. 최가 놈에게 동장 자리르 빼았기고 있을 내가 아니다. (상수 비탈길로 퇴장)

권서방-(손오큼에 물을 담고 급히 상수에서 들어와 노파 귀에 입을 대고 한 손으로 빈 지개를 가르키며) 엄마 물이요 물!

노파-뭐라? 또 싸워 물통을 깼다꼬?

권서방-허- 이놈우 할마시 참! (손에 담은 물을 쪼로록 땅에 흘려 보이면서) 물이요! 물! 물! 물!

노파- 아-ㅇ 물. 물이 났다 말이지

권서방- 인자 알았구나 어떡 가 보입시더 (비탈길을 노파를 끌고 올라가며) 불이야! 불!

(암전)

제 4장

그 날 저녁 중간 막이 오르면 제 2장과 같은 재수의 집. 온 집안의 환하다

재수, 김씨 반장, 반장부인이 청에 앉아 있다

반장- 영감님은 이제 운수 대통이요 뭣이던 되려면 제대로 척척 돼가거든요 고사도 지내지 않고 물이 막 솟아나니. 이건 하늘이 돕는 거라고

재수-그러기에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오 마음만 바로 먹고 양심만 지키면 일이란건 결국 정당한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오 박동장 모양으로 먹은 먹은 속을 가지다간 오래 지탕 못하지요

반장부인-박동장은 머리를 싸매곤 꿍꿍 앓고 누웠다나요

재수-허ㅡㅁ ㅁ 사춘이 논을 사면 배 아프다는데… 그럴거야 허 ㅁ ㅁ

반장-영감 참 그런데 일전에 들은 소문이지만 시장은 임기 만료된 동장을 촉탁인가 뭔가 하는 괴상망칙한 명목으로 유임시킬 궁리를 하고 있답니다.

재수-그럴 이가 있겠소 만약 그렇다면 내가 가만 있을줄 아오

반장-그렇구 말구요 이젠 겁날 일은 없겠습니다

재수-(김씨에게) 여보 당신은 이러고 있지 말고 음식이 준비됐나 보오 일찌거니 식을 시작 해야지 동네 사람들이 뫃일 시간이 돼 가는데 (김씨 부엌으로 내려 간다) 동식이는 이서방과 우물 구경한다고 나가더니 여태 뭘하고 있나? 내가 데리고 와야 겠군 (뒷곁으로 퇴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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