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찬(HMC투자증권 포항지점 지점장)

최근 금융상품 시장 자금 흐름의 특징은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부진과 자문형 랩어카운트(자문형 랩)의 선전'으로 요약된다.

자문형 랩은 펀드와 정기예금에서 이탈한 시중 자금을 무섭게 흡수하며 지난 4월말 8조 3억원으로 늘어났다.

주식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자문사 랩어카운트 상품이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자금을 끌어모으는 상황이다. 또한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자문사들은 원행권의 자문형 신탁 출범으로 덩치를 더욱 키울 전망이다. 증권사 자문형 랩과 은행 자문형 신탁을 합쳐 내년 말 전체 자문형 투자상품 시장 규모는 21조~2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자문형 랩이란 고객이 맡긴 자산을 하나의 계좌로 묶어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종합 금융서비스인 '랩 어카운트(Wrap Account)의 일종으로 외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기초로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상품을 자문형 랩이라고 한다. 대비되는 개념으로 투자 판단까지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일임형 랩'이 있다. 본래 취지는 투자자의 개개인의 성향을 세심하게 반영하자는 것이지만, 랩 가입금액이 팽창하면서 개별 관리가 어려워지자 자문사는 일정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된 상품을 증권사를 통해 판매한다. 자문형 랩은 고수익을 내기 위해 성장성이 큰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주식형 펀드가 30~50여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면 자문형 랩은 10~2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해서 상승장에선 큰 수익을 실현할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장에선 손실을 볼 위험도 크다.

그렇다면 돌풍의 중심에 서 있는 랩 상품은 어떤 투자자들이 가입을 하는 것이 좋을지 좀 더 알아보자. 첫째,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최소가입 금액이 수 천 만원대인 상품이 많고 수수료도 통상 1.5% ~3%안팎 수준으로 만만치 않다. 둘째, 다소 공격적인 금융자산 운용을 구상 중인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펀드와 랩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하는 종목 수와 자산 비중이다. 펀드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벤치마크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코스피200 구성종목에 항상 대부분의 자산을 투자하지만 자문형 랩의 경우 대부분 절대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현금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셋째,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원한다면 랩 상품이 더 낫다. 랩은 다양한 투자 자문서비스가 제공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절세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도 랩 상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최근 해외 주식형 자문형 랩의 경우 절세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랩어카운트에서 거둔 소득은 양도소득세로 분리 과세되기 때문에 종합과세 최고 세율에 해당하는 투자자라면 적극적으로 가입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문형 랩에 이어 주식형 펀드의 환매속에서도 랩 어카운트를 통해 가입하는 펀드랩 역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펀드랩'은 증권사의 전문가들이 시중의 수많은 펀드 중에 시장 상황을 고려해 유망한 펀드를 선별해주는 서비스다. 최대 장점은 한번 가입하면 사후관리나 자산 재분배가 쉽지 않은 펀드에 비해, 활황장, 횡보장, 조정장 등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적합한 펀드 교체가 가능하고, 적극적인 성과관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랩 상품들이 매일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에는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게 마련이기에 투자자들은 손실을 감안할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상품의 특징 하나하나 따져가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투자하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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