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주 향교 이주덕 전교

전 경주 향교 이주덕 전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을 배우고 익힘으로 새것을 안다"는 공자님의 명구는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이 진리로 공감하는데, 이 유교의 진리를 실천하는 곳이 향교이다. 지난 5월 경주 향교에서는 전교 이취임식이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이주덕 전 전교는 3년 임기 동안 남긴 업적으로 많은 칭송을 받았다.

사실 보통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은 향교가 어떤 곳인지, 뭘 하는 곳인지 대부분 잘 모른다. 전교라는 명칭도 생소하다. 전교는 쉽게 말하면 학교에서의 교장선생님이다. 특히 경주 향교는 신라 신문왕 때 맨 처음 국학을 열었던 자리에 있어 그 전통이 오래고 규모도 클 뿐 아니라, 주변의 최씨 고택과 계림과 어우러져 건물 자체로도 아름답다.

향교의 중요한 일은 대성전에 모신 성현들의 제례와 유학의 참뜻과 예절을 널리 펴는 것이지만, 이주덕 전교는 이런 일들과 병행해서, 유학과 향교를 일반인에게 좀 더 가까이에 친숙한 이웃으로 다가오게 한 공이 있다. 향교 스테이를 개설하고, 경주향교 부설 사회교육원을 더욱 확충해서 3개과를 증설했고, 처음 예산 3천만원에서 1억까지 증액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무료로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향교스테이는 이 전, 전교가 개설한 것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향교에 머물면서 예절 교육을 받고, 국궁이나 떡메치기 등 전통민속놀이 체험을 하고, 유적지 답사를 하면서 옛 선현들의 삶을 오늘날에 되새겨보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전통혼례, 다도체험등을 할 수도 있고 잊혀져가는 우리 옛 전통을 알리고 보존하는 역할도 한다.

-경주향교 전교직은 어떻게 맡게 되셨습니까

"나는 본래 옥산의 유교 가문의 장손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히 유학의 예절을 가까이 하게 되었고 나이 먹어서 성균관 유도회와 향교 일을 자연스럽게 10여년 하다 보니 주위에서 추대해서 전교를 맡게 되었지요."

-전교 재임기간 중 제일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요?

"유림들의 소망인, 곳곳에 방치되거나 산재해 있는 경주유교문화유적들을 조사해서 책으로 만든 것이지요. 각계각층의 도움과 시 도 예산도 받아 6천부를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언젠가 꼭 해야 할 일인데 내 임기 중에 할 수 있어 보람이지요. 그리고 향교 스테이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향교 스테이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합니까?

"다양한 사람들이 오죠. 주로 아이들을 동반한 40대 부인들이 많이 오는데 아이들은 체험을 하고 엄마들은 유적답사를 하거나 경주구경을 하며 놀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런 부모들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지요. 회사같은 단체들도 오고, 향교가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 일조를 하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유도회나 향교일로는 생업이 안 되실 것인데요?

"그렇지요. 군에 가기 전에 결혼을 했고, 아버지가 남의 정미소를 빌려서 운영하다가 방앗간에 불이 나서 태워버린 볏섬을 다 물어주느라고 살림을 다 날리고, 온갖 고생을 다 했지요. 식구는 또 얼마나 많은지, 나도 장자고 안식구도 처가에서 맏이라 책임질 식구들이 많았지요. 옛날에 유신정권에 반대해서 야당 정치판에도 끼어보기도 하고, 양잠조합장도 제법 오래 했는데 그것이 월급이라는 게 별로 없는 것이거든요. 힘들게 살았습니다."

-그래도 상을 많이 받으셨던데요?

"예, 무엇을 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마음으로, 집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 양잠조합장 할 때도 농수산부장관 상을 받았고, 유도회나 향교 일을 하면서도 성균관장 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유월에는 경주시문화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문화상의 부상으로 받은 상금 3백만원을 장애인 복지를 위해 일부 희사하고 향교에도 일부 헌납했다.

보통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하면 ,모임이나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마련인데 이주덕 전교는 퇴임하고 나서 더욱 바빠졌다. 아직 향교나 유림회관에서도 자신의 조력이 필요하고, 여강 이씨 문중 일도 이 전교보다 윗 어른들이 거의 일을 놓거나 돌아가셨기 때문에 문중을 대표해서 모임도 주도해야 한다. 이런 저런 모임이 24개나 되는데 늘 만나던 사람들이라 어느 모임 하나 정리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이 전교는 항상 바쁘다.

앞으로 남은 세월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 고장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일생을 마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이주덕 전교, 그의 꼿꼿하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가 그의 몸과 마음이 아직 강인하고 의욕에 차 있음을 느끼게 한다. 옛것과 새것의 가교 역할을 하며 인성 회복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는 이 전교는, 도덕이 무너진 이 시대에이 고장이 필요로 하는 스승으로오래 건재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