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철 사회부 기자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수천 명의 관광객이 대구를 찾아오고, 수십억 명의 눈이 달구벌로 쏠린다. 월드컵, 올림픽과 맞먹는 이 스포츠 축제가 30일 후면 시작한다. 하지만 대회를 기다리는 분위기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치렀던 월드컵과 올림픽과는 사뭇 다르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수록 대회 분위기는 최고점을 향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6일과 27일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와 강원도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렸다. 서울은 산이 무너지고 물에 잠겼다. 수 십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복구에만 수 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28일 김황식 국무총리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참석하는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도 이번 비로 오후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한 지역 정계 관계자는 "이번 당정협의회를 통해 육상대회는 물론 제2의 부흥을 맞은 섬유산업 등 지역의 모습을 보여주고 중앙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했지만, 서문시장 등을 찾기로 한 오후 일정이 취소되면서 한껏 힘을 실으려던 대구시로서는 조금은 김빠지는 일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사실 '대구세계육상대회'는 지금까지 대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두고 타 지역과 대립각을 세우며 제대로 대회홍보를 하지 못했다. '동남권 신공항'바람이 잦아들자, 이번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3번의 도전에 나선 강원도 평창에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염원했고, 결국 대회유치를 이끌어냈다.

특히 동계올림픽 유치발표 등은 세계육상대회를 D-100일여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보통 대형 스포츠 축제를 100일 앞둔 시점에서 각종 축하무대와 이벤트가 봇물을 이루지만, 대구는 그 혜택을 충분히 입지 못했다. '평창의 소원'이 이뤄지면서 TV와 신문은 그제서야 조금씩 대구에 관심을 가졌다. 관련 기획기사와 TV프로그램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전국 지자체 단체장들은 직접 대구를 방문해, 육상대회 적극홍보를 약속했다. '대구세계육상대회'는 늦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불 것만 같았지만, 중부지방에 비가 쏟아져 버렸다.

대구시민들의 대회준비는 완벽하다. 관계기관에서도 모든 인력을 동원해 최고의 대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지금 대구에는 성공대회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도 있다.어쩌면 이번 대회 슬로건인 '달리자! 함께 내일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 대회성공은 중부지방의 폭우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구는 대회유치라는 출발점에서 훌륭히 달려오고 있다. 이제 골인지점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았다. 마지막 스퍼트만 남았다. '힘내라,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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