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정 편집부 기자

지난 3일부터 닷새간 포항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 일대를 문화의 장으로 바꿔놨던 제11회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막을 내렸다.

이번 연극제는 '일상 속 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노르웨이 허스테이 팀 등 9개국, 34개팀이 130여 회에 걸쳐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딱딱한 공간의 벽을 허물고 모두가 즐기고 함께한다는 취지아래 젊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연극제가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많을 듯하다.

그동안 포항바다국제연극제는 환호해맞이 공원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또는 바다를 주제로 매년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것 없다'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거리퍼포먼스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떠들썩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정작 바다를 배경으로 한 무대는 없었고,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수준높은 작품도 찾기 힘들었다.

야외공연이 아닌 작품은 중앙아트홀에서 선보인 6작품 뿐. 그나마 6작품의 주제도 바다와는 거리가 멀었다.

작품 스케일 또한 소극장용으로 지난 10년간 연극제를 관심있게 지켜봐왔던 관객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지역 전문가들은 10여년 동안 쌓아왔던 바다연극제만의 본질은 버리고 전혀 다른 색의 축제로 실험정신과 관객몰이에만 과욕을 부린 것 아니냐는 평이다. 또한 포항이라는 장소의 특성과 바다의 묘미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역연극계의 참여도 저조했다. 이번 연극제의 메인 무대가 중앙상가임에도 그 곳에 위치한 지역 소극장들은 이번 연극제에 전혀 참여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포항시립연극단의 공연을 제외하면 포항 뿐 아니라 경북 내 극단 작품도 찾기 힘들었다. 포항시립연극단의 작품 또한 지난해 보여줬던 동일한 작품이었다.

그만큼 운영위가 지역예술인과의 화합이나 진행에 있어 미흡했거나 아쉬웠던 점도 분명히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는 상권 활성화와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다는 측면에서는 성과로 볼 수 있겠지만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두 버리고 다시 새로운 축제로 걸음마를 땐 느낌이 컸다.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벌써 11년을 넘긴 만큼 지역을 대표할만한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진로를 새롭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이나 프랑스의 아비뇽 연극제처럼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는 수준높은 작품과 거리퍼포먼스의 조화를 이루고, 바다를 주제로 포항만의 색깔을 가진 국제적인 축제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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