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활기찬 은빛인생봉사단' 김부권 회원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포항 '활기찬 은빛 봉사단'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김부권씨.

요즘 평균 수명이 길어져 80이 넘었지만, 그래도 나이 70이 넘으면 어느 자리에 가도 어른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71세의 나이에 단체에서 가장 어린(?) 사람이 되어, 온갖 힘들고 어려운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부권 '활기찬 은빛봉사단' 회원이다. 이 봉사단은 이름이 말해주듯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아 봉사하는 단체이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어른 대접 받으며 편안히 지내도 돨 어르신들이 모여서 봉사하러 다니는데 주 연령대가 칠십대 후반이고 팔십을 넘긴 분들도 있으니, 71세 밖(?)에 안 된 김부권 회원이 이런 일들을 맡아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김회원은 봉사하는데도 71세의 막내이지만, 집에서도 91세의 노모를 부인과 함께 극진히 모시는 효자이기도 하다. 김회원의 부인은 아직도 시어머니에게 세끼 더운 밥을 해서 차려드리고, 외출했다가도 시어머니의 점심을 위해 집에 들어온다고 한다. 여행을 좋아해서 세계 곳곳을 여행한 김회원이지만 어머니의 수발 때문에 부인과 함께 다니지 못해서 항상 부인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산다고 한다. 그는 군무원으로 근무했던 젊은 날에도 봉사를 많이 했지만, 그때 억지로 시켜서 한 수십 년 봉사보다 지금 마음으로 우러나서 자발적으로 하는 4~5년 간의 봉사가 참봉사이며 더 보람있다고 말한다.

-활기찬은빛인생봉사단은 어떻게 결성된 것입니까?

"포항 북부보건소에서 운영했던 은빛 건강대학을 수료한 사람들이 모인 것입니다. 저는 3기 회장인데, 1기 김병기 회장님이 우리가 이렇게 헤어져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해서 봉사단을 조직했습니다. 활동하는 회원이 15명 정도 됩니다."

- 어떤 봉사를 주로 하시는지요?

"우리의 힘이 필요한 곳에는 즐겨 갑니다. 중증 장애인 마을인 온정마을, 향기마을에서 농사를 지어 그들의 부식거리를 제공해주고, 위덕 어르신마을에 가서 그들의 손발이 되어주는 것이지요. 한 달에 두 번 가는데 처음에는 노인들이 뭐 얼마나 하겠나 하다가 우리가 워낙 진심으로 하니까 지금은 우리가 가면 가족처럼 반가워하고 고마워합니다"

김회원의 차에는 긴 장화와 비옷, 온갖 농기구들이 다 실려 있어 언제라도 가서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 회원들이 수거한 연탄재를 실어와 밭에 섞어주고, 200평 정도 되는 밭을 혼자서 거의 다 경작한다고, 참봉사정신이 없으면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함께 나온 김병기회장이 칭찬한다.

-요즘은 금연운동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중앙상가 실개천, 역전에서 육거리까지 한 달에 한번 어께에 금연 띠를 두르고 홍보를 합니다. 노인들이 그렇게 다녀도 무신경한 젊은이들도 많지만, 차츰 좋아지겠지요. 요즘은 선린대학 학생들이 동참을 하고, 상가 업주들도 처음에는 심드렁했는데 생각이 달라져서 협조를 많이 합니다. 할아버지들이 저렇게 하시는데 담배를 피우면 되겠느냐고 하면 대게 슬그머니 담배를 끄기도 하고… 시민들에게 깨우쳐주는 의미가 크지요. 무엇이든지 진심으로 하면 언젠가는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를 하시면 어떤 보람이나 좋은 점이 있으신지요?

"많지요. 봉사를 하면 내가 기분이 좋아지니 정신이나 육체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우리 김병기회장님은 나보다 훨씬 연세가 높으신데도 사비를 털어가면서까지 많은 희생을 치러가며 봉사활동을 하시니까 회장님 일을 덜어드리고 싶어서라도 열심히 하죠. 아이들에게도 본보기가 되지요. 안식구도 협조를 많이 합니다. 봉사를 가는 날은 노인이나 장애 아이들을 태울 것인데 차가 깨끗해야 된다면서 청소도 해 주고 필요한 것들도 잘 챙겨줍니다. 여러 가지로 고맙죠."

김회원은 어떤 일이 있어도 봉사가는 날 만큼은 지키기 때문에 친구들도 김회원이 봉사가는 날은 피해서 약속날자를 잡는다고 한다.

"활기찬 은빛인생봉사단"은 봉사단체 성공사례 발표대회에서 경북모범봉사단 가운데서 뽑는 "뚝심이자원봉사단'에 선정되어 50만원의 기금과 함께 봉사단기를 소장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사례 발표를 듣고 경북도 직원들도 노인들의 모범적인 봉사활동에 놀라워했다고 한다.

젊은 날 열심히 일하고, 현역에서 은퇴해서는 봉사로 제 2의 인생을 아름답게 살고 있는 "활기찬은빛인생봉사단"회원들, 그 중에서도 막내인 김부권 회원은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차량봉사까지 하며 이 모든 일을 즐겁게 해내고 있다.

언제까지 봉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인생 100세 시대가 아니냐며, 앞으로 30년은 더 봉사해야지요 하며 웃는 그의 웃음에서 참 마음으로 봉사하는 사람의 넉넉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누구나 할 수는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잘 해낼 수 없는 봉사, 그들의 은빛 봉사인생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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