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유일무이' 관광자원 - 10 국내최고의 목조건물 봉정사 극락전과 천등산

봉정사 극락전.

△국내 최고의 목조건물 봉정사 극락전

안동시 서후면 태장리 천등산(天燈山) 기슭에 있는 봉정사 극락전은 고려 후기 불전으로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특별한 가치를 얻고 있다.

국보 제15호로 지정돼 있으며, 고려 시대에 건립됐으나 통일 신라 시대의 건축 양식을 따랐다.

특히 통일신라시대의 건축 양식을 이어받고 있는 것은 고려시대에 원나라로부터 수용돼 유행한 동시대의 주심포 양식과 구분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봉정사 대웅전.

맞배지붕의 고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짜임새는 고려시대 우리나라 목조 건물의 정수를 보이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孤雲寺)의 말사인 봉정사는 신라 신문왕 2년(682) 의상대사가 지었다고 한다. 부석사를 세운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종이로 봉황새를 만들어 날려 보냈는데, 그 새가 내려앉은 자리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이름지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극락전은 원래 대장전이라고 불렀으나 뒤에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1972년 보수공사때 고려 공민왕 12년(1363)에 지붕을 크게 수리하였다는 기록이 담긴 상량문을 발견했는데, 우리 전통 목조건물은 신축후 지붕을 크게 수리하기까지 통상적으로 100~150년이 지나야 하므로 건립연대를 1200년대 초까지 올려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보고 있다.

앞면 3칸·옆면 4칸 크기에,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한 맞배지붕으로 꾸몄다. 기둥은 가운데가 볼록한 배흘림 형태이며,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짜은 구조가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 양식이다.

앞면 가운데 칸에는 문을 달고, 양 옆칸에는 창문을 내었다. 건물 안쪽 가운데에는 불상을 모셔놓고 그 위로 불상을 더욱 엄숙하게 꾸미는 화려한 닫집을 만들었다. 또한 불상을 모신 불단의 옆면에는 고려 중기 도자기 무늬와 같은 덩굴무늬를 새겨 놓았다.

봉정사에는 극락전과 함께 또하나의 국보가 있다. 대웅전으로 지난 1963년 1월 보물 제55호로 지정됐다가 2009년 6월 국보 제311호로 승격됐다. 대웅전은 사찰에서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시는 법당이다.

봉정사의 정전(正殿)으로 대웅전에는 석가모니 불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가섭존자, 아난존자상이 있다. 다포집으로 난적(亂積) 석기단(石基壇)에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단층 팔작지붕이다. 기둥 사이의 창문이나 벽체 등 일부가 창건된 뒤 변경됐으나 골격은 전형적인 다포양식을 갖추었다.

건물 규모에 비해 낮게 보이는 기둥 위에는 내외 모두 2출목(出目)의 공포를 받쳤는데 견실하고 오래된 형식이다. 공포가 힘있고 가식없는 수법은 초기의 다포양식을 나타낸다.

건물 내부의 가구(架構) 형식이나 세부 기법에서도 외부와 같이 단조로우면서 견실한 공법이 초기의 다포 양식 특징을 보인다. 앞면 기둥 앞으로 툇마루를 깔았는데, 본전(本殿)에 이와 같은 툇마루를 시설한 예로는 유일한 것이다.

창건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부의 단청은 채색도 뛰어나며 고려의 요소를 지니고 있어 중요한 회화 자료가 된다. 1962년 일부 해체 수리 때 발견된 묵서명으로 보아 조선 초기의 건물로 추정된다.

△천등산

봉정사가 있는 천등산은 안동시의 진산(鎭山)인 학가산과 마주보고 있는 산으로, 안동시에서 서북쪽으로 16㎞ 떨어져 있다.

예전에는 대망산이라 불렀는데 신라 문무왕 때 천상의 선녀가 바위굴에서 도를 닦고 있던 능인(能仁) 대사의 도력에 감복해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 안을 환하게 밝혀주었다는 전설에 연유해 천등산으로 바뀌었다

절 뒷산에는 거무스름한 바위가 산정을 누르고 앉아 있는데 그 바위 밑에 천등굴이라 부르는 굴이 있다. 능인대사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 불문에 들어와 대망산 바위굴에서 계절이 지나는 것도 잊고 하루에 한끼 생식을 하며 도를 닦고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휘몰아치는 겨울에도 찌는 듯한 더위의 여름에도 나무아미타불을 염(念)하며, 마음과 몸을 나른하게 풀어지게 하고 괴괴한 산속의 무서움과 고독같은 것은 아랑곳 없었다.

이렇게 십년을 줄곧 도를 닦기에 여념이 없던 어느날 밤 홀연히 아리따운 한 여인이 앞에 나타나 "여보세요. 낭군님" 옥을 굴리는 듯 낭낭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미처 능인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보드라운 손길이 능인의 손을 살며시 잡지 않는가! 눈을 들어 보니 과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고운 살결에 반듯하나 이마와 까만 눈동자 오똑한 콧날, 거기에는 지혜와 정열이 샘솟는 것 같아 진정 젊은 능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 했다. 여인은 "낭군님" 다시 한번 맑은 목소리로 능인을 불렀다.

"소녀는 낭군님의 지고하신 덕을 사모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낭군님과 함께 살아간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사옵니다. 부디 낭군님을 모시게 하여 주옵소서."

여인의 음성은 간절하여 가슴을 흔드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그러나 능인은 십년을 애써 쌓아온 수련을 한 여인의 간청으로 허물 수 없었다. 능인은 준엄하게 여인을 꾸짖었다. "나는 안일을 원하지 아니하며 오직 대자대비 하신 부처님의 공적을 사모할 뿐 세속의 어떤 기쁨도 바라지 않는다. 썩 물러나 네 집으로 가거라!"

능인의 꾸중에 산도 크게 울리는 듯 했다. 그러나 여인은 계속 유혹을 하며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능인은 끝내 거절하였으며 오히려 여인에게 깨달음을 주어 돌아가게 했다. 여인이 돌아서자 구름이 몰려드는가 싶더니 여인이 사뿐이 하늘로 오르며 "대사는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나는 천상 옥황상제의 명으로 당신의 뜻을 시험코자 하였습니다. 이제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사오니 부디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비옵니다."

여인이 하늘로 사라지자 그곳에는 산뜻한 기운이 내려와 굴 주변을 환히 비추었다. 그때 하늘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또 울려왔다.

"대사, 아직도 수도를 많이 해야 할텐데 굴이 너무 어둡습니다. 옥황상제께서 하늘의 등불을 보내드리오니 부디 그 불빛으로 더욱 깊은 도를 닦으시기 바라나이다."

그러자 바로 그 바위 위에 커다란 등이 달려 어둠을 쫓고 대낮같이 굴안을 밝혀주고 있었다. 능인은 그 환한 빛의 도움을 받아 더욱 열심히 수련을 하여 드디어 득도하여 위대한 스님이 됐다. 하늘에서 내려온 등의 덕택으로 수도했다 해 그 굴은 '천등굴' 대망산을 '천등산'이라 이름지어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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