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찬(HMC투자증권 포항지점 지점장)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 유럽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그리스의 국가 부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최대 위협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다.

이탈리아의 국가채무는 GDP 대비 119%로 1조 8천430억 유로에 달할 정도로 재정이 취약하다.

이탈리아가 무너지면 또 다른 재정취약국인 스페인도 위기로부터 안심할 수 없다.

만약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예상 지원액(7천910억 유로)은 EU-IMF의 구제금융 한도(4천955억 유로)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위기에 대응하려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규모를 1조 유로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두 나라가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보유채권 가격의 급락으로 금융기관의 투자손실이 대폭 확대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유럽발 금융위기가 또다시 세계경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독자적인 채무상환능력과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두 나라 모두 수출경쟁력 약화와 정책수단의 상실로 당초 예상(1% 내외)을 밑도는 저성장이 예상된다.

따라서 채무상환에 필요한 충분한 세수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두 나라 모두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줄이기 위해 지출 억제, 부가가치세 인상, 부유층 소득세 강화 등 강도 높은 재정긴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재정긴축의 핵심과제인 복지지출 삭감은 사회적 저항이 강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재정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독자적인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재정위기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다음은 두 나라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가 구제금융 신청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관건이다.

금융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금리의 국채 발행이 가능하려면 시장 안정을 위한 EU차원의 유동성 지원(국채 매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는 유럽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주고 있으나, 앞으로는 EFSF가 국채 매입을 통해 시장 불안 심리를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4.5%의 금리(10년물)로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계속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보다 많은 국채 매입이 필요할 경우 EFSF의 자금여력을 대폭 확충하거나 유로본드 발행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 등 외환보유고가 넉넉한 신흥국들이 유럽 구하기에 나설 태세다).

유럽재정위기는 더 이상 유로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경제의 공동 현안으로 접근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이다.

적기 대응에 실패하면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IMF를 필두로 전 세계가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데 나서고 있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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