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원로회의서 추대…송담·진제·고산·지관 스님 등 물망

조계종의 '최고 어른'인 종정(宗正)을 추대하는 원로회의가 오는 12월 열릴 예정이어서 누가 새 종정이 될지에 불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계종 원로회의는 오는 12월 20일께 종정 추대회의를 열어 제13대 종정을 추대할 계획이다.

한국 불교의 '큰 집'인 조계종의 종정은 불교계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불법의 상징으로 추앙받는다. 또 법어를 통해 불가는 물론 세속에도 가르침을 전한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그동안 최고의 선승(禪僧)이 조계종 종정에 추대됐으며 성철 스님을 비롯해 효봉, 청담, 고암, 서옹, 서암, 월하, 혜암, 법전 스님 등이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다.

임기는 5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현 종정인 법전(85) 스님은 11대, 12대 종정을 두 차례 연임했으며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후임 종정 후보로는 용화사 선원장 송담(84) 스님, 동화사 조실 진제(77) 스님, 쌍계사 조실 고산(77) 스님, 전 총무원장 지관(79) 스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수십 년간 참선에 몰두해 온 선승으로 종단 안팎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특히 송담 스님과 진제 스님은 '남(南) 진제-북(北) 송담'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으로 명망이 높다. 진제 스님은 지난 9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서깊은 리버사이드 교회에서 대법회를 열어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8년 스님들의 '면허'라 할 수 있는 계(戒)를 수여하는 전계(傳戒) 대화상(大和尙)에 추대된 고산 스님은 종단 최고의 율사(律師)로 꼽히며, 종단 최연소 강원(講院) 강사, 동국대 총장 등을 지낸 지관 스님은 불교계의 대표적인 학승(學僧)으로 이름이 높다.

그러나 송담 스님은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수행에만 정진하고 있고, 지관 스님은 추석 연휴 직후 지병인 천식 치료차 입원한 뒤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 새 종정 후보는 사실상 진제 스님과 고산 스님 2명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종정은 별다른 실권은 없지만 조계종 최고 어른이자 권위의 상징으로 그 위상이 매우 높기 때문에 종정 추대를 둘러싸고 문중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계종이 종단 최대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 결사 운동'(먼저 스스로 돌아보고 새롭게 하자)에 발맞춰 최대한 잡음 없이 종정을 추대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계 관계자는 17일 "원로회의에서 종단의 위의(威儀)를 훼손시키지 않고 종정을 바르게 모시자는 공감대를 모았다"면서 "종단 최고의 어른을 모시는 거룩한 과정이기 때문에 조용히 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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