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 소재 (주)경창산업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경창산업 창업주 손기창 명예회장이 본사에 전시된 창업 초기 프레스기를 가리키며 "당시 사용했던 기계는 경창의 역사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가 됐다"고 회고했다.

50년전 대구에서 직원 7명으로 출발한 자전거 업체가 지역을 뛰어 넘어 세계 자동차 부품 선도기업으로 우뚝섰다.

대구 스타기업인 경창산업(주)은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자동차 부품업계 최고'를 향한 새로운 반세기의 비전을 제시했다.

끊임 없는 연구와 과감한 시설투자로 50년 만에 중국 2개 공장을 포함해 2천500여명이 근무하는 대구의 대표 자동차 부품업체로 성장하면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반환점을 돈 것이다.

경창산업이 지난 1일 대구 성서공단 내에 경창그룹 본사 신사옥을 준공 기념식을 갖고 있다.

지난 1961년 가을, 경창산업의 전신인 경창공업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대구 동인동의 작은 창고에서 종업원 7명으로 출발했다. 프레스, 그라인더 등 모든 공정은 손으로 이뤄졌고 밤에는 등불과 촛불을 켜고 작업했다.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할 만큼 초라하고 미미한 출발이었다.

경창산업의 설립자인 손기창 명예회장은 "등불과 촛불을 켜고 직원들이 수동으로 부품을 생산했다"며 "당시 사용했던 기계는 경창의 역사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역사가 됐다"고 회고했다.

경창산업(주) 손일호 회장

손 명예회장은 부피가 크고 만들기도 어려워 당시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자전거 체인을 덮는 체인 케이스 생산에 돌입했고 이내 생산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경창은 1966년 대구 북구 침산동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수동 작업에서 벗어나 전기 모터로 기계화 작업이 가능해졌다.

자전거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경창은 대구 3공단 입주와 함께 1970년 한국자동차와 물품 공급 계약을, 대우자동차와 납품 계약을 각각 체결하면서 자동차 부품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자전거 부품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주력 제품을 전환한 경창공업사는 1972년 '경창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1987년 지금의 경창정공(주)과 KCW(주)을 설립, '3사 체제'를 갖췄다.

2006년 이후 경창의 모든 계열사는 매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총매출 증가액이 매년 평균 100%에 육박했다.

경창 3사의 동반 약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2010년 중후반기로 접어들면서는 와이퍼 전문 생산기업인 KCW의 도약이 두드러졌다.

끊임없는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KCW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대자동차가 북미시장 고급 차량 론칭에 승부를 건 에쿠스와 제네시스에 해외 최대 선진사가 공급 하던 와이퍼를 대체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현대자동차가 개발하는 신차의 절반 이상에 KCW의 블레이드가 장착되고 있다.

KCW는 지난 9월 순간온수기 방식으로 워셔액을 가열, 자동차 앞 유리의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워셔히터(Washer Heater)'를 본격 출시했다. 국내 최초로 워셔액 가열기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처럼 경창은 반세기 만에 경창산업·KCW·경창정공의 3개 법인사, 경창산업 TM사업부·케이블사업부·샤시사업부, KCW 블레이드사업부·암사업부, 경창정공 생산사업부 등 총 12개 사업부와 8개 공장, 중국의 KE-AUTO와 KC-TECH, 미국 LA와 시카고에 현지 판매법인을 두고 총 종업원 2천500여명을 둔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최고 품질의 자동차 변속기 부품과 와이퍼로 2011년 경창산업은 3천900억원, KCW 1천억원, 경창정공 450억원 해외공장(중국) 450억원 등 그룹사 전체 5천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예정이며, 향후 5년 이내 1조원 달성이 목표다.

경창은 꾸준한 기술개발로 해외특허 40여건을 비롯해 지적재산권만 300여건을 보유했고 각종 품질인증도 획득했다.

지난 1일에는 성서공단 내에 경창산업 본사 신사옥 준공식을 갖고 새로운 반세기를 향한 각오를 다졌다.

현재 KCW의 최우선 목표는 제품 경쟁면에서 일본 와이퍼 생산 기업인 NWB를 넘어 일본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이며, 최종 목표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 가능한 이유는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기술력 대응에 있다.

경창은 와이퍼 성능을 좌우하는 블레이드(고무)의 기술 개발을 위해 고무기술연구소와 워셔히터 실험실, 와이퍼 실험실, 자동차 부품 실험실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또 올해 본격 출시된 워셔히터도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동종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국내의 한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을 통해 러시아 수출 규모를 조율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9만대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체와 중대형 차량에 기본 옵션으로 장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다.

또, 이달 내 미국 월마트에 KCW의 최신 와이퍼 모델인 'S2 블레이드' 75만개를 초도 선적 예정이며, 향후 연간 200만~300만개씩 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경창산업(주)은 미래의 반세기를 향해 힘찬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행보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건실한 수익구조로 위기 돌파"

경창산업(주) 손일호 회장

지난 1975년 경창에 입사한 후 1991년 설립자인 손기창 명예회장의 대를 이어 사장에 취임한 손 회장은 20년간 항상 시대의 변화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는 "자전거 부품을 계속 고집하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에 적응해 빠르게 자동차 부품 생산으로 전환한 것이 지금의 경창을 있게 만들었다"며 "기업이 50년 이상을 가려면 창립자가 다음 경영진에게 적절한 시기 경영을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외형이 큰 것은 화려한 겉모습에 불과하다"며 "경창은 최근 7~8년간 매출 규모 보다는 수익구조를 튼튼해왔기에 어려운 일이 닥쳐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IMF 사태가 오기 직전 160억원이란 큰 돈을 투자하면서 회사가 부도 직전에 이르는 큰 고비를 맞았지만 당시 각 위기별 계획을 잘 세웠고 직원들이 혼연일치된 모습으로 잘 따라줬기 때문에 지금의 경창이 있을 수 있었다"며 "서로간의 신뢰가 없다면 회사를 이끌 수 없다"고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업이 100년 200년을 가려면 연구개발에 투자해 세상의 변화를 앞서가거나 제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손 회장은 "기업이 인재육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우선 이익보다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년퇴직 이후에도 회사에 남아 인사와 노무를 담당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검소한 것이 더 편하다고 말하는 손 회장은 "결제만 하는 사장실이 절대 화려하거나 커야 될 이유가 없다. 승용차도 10년동안 타다 주위의 권유에 못 이겨 최근에 바꿨는데 휴일에 직접 차를 몰고다닐때는 주차 등의 문제로 큰 차가 불편한 것 같다. 화려한 것보다는 편한 대로 사는 성격이다"고 말했다.

온화한 표정에 살가운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손 회장은 "이제는 전기자동차 시대가 왔을 때 무엇을 할지가 가정 큰 고민거리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경영자로서의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