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소오대산·북령산·용아장성

북령산 정상으로 가는 고산 초원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꼬박 10시간의 산행 끝에 합류한 19명의 대원들이 피로에 지친 몸으로 초대소로 돌아왔다.

 

산행기점에서 야생화가 지천에 깔린 2,550m 안부의 야영지를 거쳐 정상(2,882m) 동대(東垈)를 밟고 북대(北垈, 2,837m)를 넘어 기암절벽의 연속인 칼바위능선을 타고 가파른 북3, 북2, 북1아구 지점으로 하산하는 소오대산 종주 풀코스를 완등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거센 강풍과 추위를 무릎 쓰고 오른 정상 오름짓, 동계곡(東溪谷) 깊은 골짜기를 4시간여나 힘들게 내려 온 일행들의 피곤한 얼굴에도 절반은 성공했다는 표정이어서 다소나마 위안이 된다.

 

북령산을 내려오며 만나는 암벽들 모습.

너무나 힘들었던 산행이지만 늘 끝은 아름다운 것이다.

 

이제사 생각나는 노란 양귀비꽃과 하얀 에델바이스, 그리고 지천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들이 날카로운 암릉(岩凌)과 오버랩 되면서 소오대산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음미하며 피곤한 첫 산행의 밤을 접었다.

 

9월18일, 이른 새벽 요리사 없는 식당에서 마부장이 끓인 쌀죽으로 아침을 때우고 버스에 올랐다. 초대소와는 이별이다.

 

오늘의 산행지인 북령산(北?山)까지 2시간이면 간다는 길이 2시간 반이 훌쩍 넘어 북령산 들머리인 '워이즈춘(?子村)' 마을에 도착했다.

북령산을 내려오며 만난 방목하는 양떼들.

 

'령산풍경구(?山風景區)'라 불리는 '령산(?山)'은 베이징 서쪽 하북성과 북경시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있으며 동령, 서령, 북령으로 나누어 있다.

 

주봉인 동령산(東?山)이 2,303m이며 오늘 오를 북령산은 1,890m로 동령의 동북쪽 1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산이다.

 

산행기점인 임도의 해발이 1,650m로 수목한계선에 다달아 있어 경사가 완만한 고산 초원지대를 이루고 있다.

 

PC를 켜면 맨 먼저 나오는 윈도우(window)창(窓) 바탕화면인 초원이 바로 이 곳, 북령산 고산 초원이란 말이 실감나는 대초원이 펼쳐진다.

 

'중국의 알프스'에서 높은 하늘과 함께 여유로운 걸음을 옮긴다. 푸른 초원사이로 난 능선 길을 1시간 가까이 올라 북령산 정상에 도착했다.

 

탁 트인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내린다.

 

지천에 널린 야생화와 특유의 야생부추가 신기하게도 무리지어 자생하고 있는 정상 부근에서 모두들 어제의 고행(苦行)을 잊은 듯 초원을 만끽하고 있다. 파노라마처럼 늘어선 초원을 보노라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파란 하늘과 산들바람이 함께 대자연의 하모니가 펼쳐지는 환상의 고산 초원을 지나 급경사의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능선 아래 까마득한 협곡과 암릉(岩陵)이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정상에서 부추령을 지나 중식을 위한 쉼터까지 2시간 반을 내려온 남영모 대장이 부지런히 라면을 끓인다. 야생부추와 더덕도 있다. 향이 절로 우려 나온다.

 

이곳에는 중국인들은 잘 먹지 않는 곰취나물도 자라고 있어 봄나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봄철 산행이 제격인 것 같다.

 

비록 라면과 김치, 맨밥 뿐인 점심이지만 이국(異國)의 가을볕 아래 느긋한 휴식을 취한 일행들이 1시간여를 내려와 닿은 곳은 가로, 세로 20m는 족히 되는 사각 직벽이다.

 

이 벽을 '싸인(sign)벽(壁)'이라 부른다. 벽면에는 온갖 글씨들이 여기저기 쓰여 있다. 한국어도 더러 보이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최근 다녀 간 모양이다.

 

특히 지난 6월 답사 차 온 경북연맹 임원들의 싸인도 있다.

 

남영모 등반대장이 암벽등반 실력을 뽐내며 5∼6m 높이 올라 싸인을 한다. 이곳은 낙서가 허용된 장소지만 아무 곳에나 하여서는 안 될 일이다. 모두들 무사산행과 즐거운 트레킹을 염원하며 싸인벽에 손바닥을 대어 본다.

 

싸인벽을 지나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황금빛 풀잎이 유독 빛난다는 '황초량(黃草梁)' 언덕을 넘어 코끼리바위 '상비암(象鼻岩)' 속을 지나 완만한 하산 길로 30여분 내려오니 날머리 지점인 '바이위춘(백욕촌.柏?村)' 주차장에 닿았다. 7시간동안 중국의 알프스 '영산풍경구' 중 가장 아름답다는 북령산(1천890m)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베이징으로 향한다.

 

베이징까지 3시간을 달려간다. 다음날 용아장성 트레킹을 위해 베이징을 거쳐 동북쪽 '화이러우'로 이동해야 한다.

 

소오대산 가는 길에 들렀던 '예원'에서 삼겹살구이로 늦은 저녁을 먹고 싱거운 북경맥주로 입가심한다.

 

베이징에서 1시간 반을 달려 북경 부유층의 휴가지와 별장들이 많다는 휴양지 화이러우 '호운산장(好運山莊)'에 자정이 다 되어 도착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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