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개봉 예정…기념사업회, 교육용 다큐도 제작

故 한경직 목사

평생 섬김과 청빈의 삶을 살다간 한국 개신교계의 거목(巨木) 고(故) 한경직(사진·1902~2000) 목사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된다.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 김은섭 연구목사는 6일 "오늘날 한국 교회에 올바른 신앙인의 모델이 부족한데 한경직 목사는 목회자의 모델이자 신앙인의 모델이 되는 삶을 살았다"면서 "돌아가신지 10여년이 됐는데 목사님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 안타까운 마음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또 "목회자였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구호기구 월드비전을 이끈 사회사업가이자 교육자로 활동하는 등 민족과 나라를 위해 크게 공한한 분"이라면서 "비기독교인들에게 세간에서 비판받는 모습만이 기독교의 전부가 아니며 나라를 위해, 가난한 사람과 약자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한경직 목사와 같은 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인간 한경직'(가제)은 '울지마 톤즈'를 만들었던 마운틴픽쳐스가 제작해 내년 4월 개봉될 예정으로, 김 목사와 마운틴픽쳐스 제작진은 다음 달 미국 로케를 떠난다.

제작진은 한경직 목사가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 목사와 함께 설립을 주도했던 월드비전 본부를 비롯해 템플턴 재단, 빌리 그레이엄 센터 등을 찾아 고인이 발자취를 더듬을 계획이다. 또 고인과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다. 마운틴픽쳐스 관계자는 "종교적인 내용도 있겠지만 이웃 사랑에 초점을 맞춰 한경직 목사의 생애를 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목사님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영상, 사진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면서 "자료를 갖고 계신 분은 사업회로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는 다큐멘터리 영화와는 별도로 '인간' '선교' '교육' '봉사' '애국' '목회' 등 6가지 주제로 한경직 목사의 삶을 조명하는 교육용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있다. 또 이르면 다음 달 홈페이지를 개설해 설교 영상, 논문 등 한경직 목사의 관한 모든 자료를 정리해 제공할 계획이다.

평남 평원 출신으로 1945년 월남해 영락교회를 개척한 한경직 목사는 교회 목회자에만 머물지 않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사회 복지 사업, 교육 사업에 힘썼다. 김수환 추기경, 청담 스님 등 이웃 종교 지도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는 등 종교 화합에도 앞장섰다.

특히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이나 예금통장 하나 없이 살았고 2000년 4월 19일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유품은 지팡이와 털모자, 옷가지 몇 점 등이 전부였을 정도로 평생 청빈한 삶으로 일관해 교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존경을 받았다.

1992년에는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받았으며 상금으로 받은 102만 달러를 북한돕기 성금으로 그 자리에서 헌금하면서 "1분 동안 백만장자가 돼 봤다"고 웃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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