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훈 경주대학교 부동산컨설팅전공 교수

그리스 사태에서부터 시작된 유럽발 금융위기로 그리스를 포함해 유럽국가의 부동산 부실자산으로 손실을 본 외국은행들과 기관 투자자들은 추가적으로 발생하지도 모르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빠른 속도로 자산을 빼내가고 있다. 이런 급속한 자본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 정부는 재정 건정성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의 금융산업에 개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해 독일과 프랑스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유럽국가들의 도움으로 그리스 사태가 어느 정도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세계 경제가 지금의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는데는 상당한 시간일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왜냐하면 세계 주요 국가들의 가계 부채가 엄청난 상황에서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성장세가 계속해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이 도래할 경우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상황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같이 불안한 세게 경제의 여건 속에서 우리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바닥을 지탱하고 있는 부동산 거품이 점차로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거품 혹은 버블(bubble)은 표현 그대로 부동산가격이 정상적인 시장가치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를 포함해 형성된 것을 말한다. 즉, 부동산 거품은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해 부동산가격이 시장가치 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부동산의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부동산 거품이 형성되면 부동산에 대한 실제 구매의사와 경제력을 갖춘 유효수요 뿐 만 아니라 투기수요까지를 포함해 부동산의 가격이 형성돼 부동산가격은 시장가치 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한다.

반대로 부동산 거품이 일순간에 빠지게 되면 일차적으로 부동산가격이 크게 내리게 되고, 다음으로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매물의 급증과 경제 전반에서의 경기침체로 인한 매수세력의 실종으로 부동산가격이 더욱 더 폭락하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게 된 것은 저금리의 시장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적정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투기적 자본들이 교육환경과 투자가치가 좋아 부동산 가격상승이 지속되고 있던 서울 강남 등 수도권 특정지역에서 상당한 단기차익을 얻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부동산가격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수도권 전체로 확산됐고 지방도 지역의 경제력과 소비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수도권기준의 엄청나게 비싼 분양가의 주택을 지역수요를 초과해 공급하면서 지방 부동산시장 전체에 상당한 거품이 끼어들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다. 같은 기간 동안에 세계경제는 물론 국내 경제에 있어서 통화량이 크게 넘쳐나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이자율도 낮았으며, 소득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사람들이 낮은 이자율에 예금을 하는 것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그런 조짐은 토지시장과 전원주택 및 대형평형을 포함한 고급주택 시장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릴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던 중국 부동산시장에서도 미분양과 할인분양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재산인 부동산의 거품이 일순간에 빠지게 되면 가계 실질소득의 감소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한다. 너무 앞서면 일을 서두르게 돼 일이 알차게 마무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반대로 이때를 너무 늦게 맞이하게 되면 하는 일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붕괴에 대해 정부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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