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모금회로 축·부의금 기탁 유도 큰 성과

"이제 보편적 복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경기 악화로 어려운 이웃들이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이대공(李大公, 70)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회장이 지난 해 12월 1일, 회장 취임 후 1억원을 기부하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기부 문화 확산에 솔선수범하기 위해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프랑스어로 직역하면 '가진 자의 의무'다. 권위와 존경을 잃지 않고 천박한 권력자로 추락하지 않은 부자는 이 땅에 얼마나 될까?

지난해 12월 1일 아너소사이어티가입식에서 1억원을 기부한 이대공 회장이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마제국을 2천년동안 버틸 수 있게한 철학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면 우리사회를 굳건하게 지켜 줄 '리세스 오블리주(부자의 도덕적 의무와 책임)' 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때문에 부의 축적 역사가 짧은 우리에게도 희망은 분명 있다.

내·외국인 가릴 것없이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희망을 갖도록 사회 지도층이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베푼다는 것이 쉬운 일일까? 하지만 베푸는 삶은 개인적이지만 울림은 크다.

급격히 감소한 현재의 기부상황을 우려하는 이대공 회장은 "기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한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전년보다 급감한 모금액으로 배분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난방비 지원에 15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데 많은 도움이 됐지만, 올해는 지원예산이 크게 줄어 5억원 규모로 배분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문화나눔사업'이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예산 부족으로 더는 진행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 요인보다는 국제적으로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 문화가 선진국처럼 활성화돼야 한다고 이회장은 강조한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의 기부는 기부문화의 좋은 사례다. 우리의 기부 문화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에 맞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 이대공 회장의 생각이다.

이대공 회장은 위축된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고민하던 중 새로운 방법을 구상했다.

첫째, 출향인사 중 자산가들을 만나 기부를 권유하는 것이다.

둘째, 축의금과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하는 부유층이 사회복지모금회 계좌로 축의금과 부의금을 기탁케 하는 것이다. 그 돈을 공동모금회 계좌로 입금하면 공동모금회에서 감사장을 대신 발송해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서부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대공 회장에 이어 경북에서 3번째로 (주)화진의 조만호 대표가 가입했고, 적극적인 기부유도 결과 2명의 지인으로부터도 기부의사를 약속받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8명이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다.

이 회장의 이같은 솔선수범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우리의 기부문화에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대공 회장은 유복하지 않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은 없었고 가진 것이라고는 건강과 명석한 두뇌뿐이었다. 하지만 POSCO 입사전에 시도했던 여러개의 사업이 모두 성공했다. 국내에 야구가 도입도 되기 전 야구배트 반제품을 만들어 일본(玉澤 : 다마자와)에 수출했고, 포항에서 양송이를 재배해 포항 북부지역에 있던 동익통조림에 납품해 전량 수출토록 하기도 했다.

이후 포항시 제7토지구획정리사업(5호광장을 중심으로하는 사방 70만평)에 앞장섰고, 해도동 등 3곳에 주택단지를 조성해 신시가지를 만들었다. 돌이켜 보면 국가정책이 수출드라이브를 할 때는 수출사업을 했고, 개발드라이브를 할 때는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것이다.

POSCO 입사 후에는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눈에 띄어 홍보실장, 연수원장, 비서실장, 총무이사, 포항공대 건설본부장을 거쳐 40대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의 비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희망을 나누고, 애린(愛隣)을 실천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이대공 회장은 1998년 6월 사재를 출연해 재단법인 '애린복지재단'을 설립(보건복지부 허가 제88호 1998. 6. 30)해 총 37억9천700만원을 출연하면서 기부와 봉사에 적극 나섰다. 가난한 이웃을 돕고,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매년 2억여원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애린문화상'을 제정해 예술인들의 자존감을 세워주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애린복지재단 출연금을 증액하고 지원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이대공 회장은 이 밖에도 지구촌나눔운동 이사, 아름다운재단 이사, 애린복지재단 이사장, 포항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한국청소년선도재단 이사장,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포항지역회 이사장 등을 맡으며 나눔의 아름다운 가치 확산에 힘쓰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 상근 이사장으로 재단 산하 유·초·중·고등학교가 학업신장과 함께 다양한 특기적성교육 활성화를 통해 명문학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었고, 1985~1986년 박태준 포스코 회장 시절, 포항공대(현 포스텍) 건설본부장을 맡아 박태준회장의 진두지휘로 1년 10개월이라는 초단기간에 포항공대를 설립함으로써 포항공대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여기에는 황대봉 대아가족명예회장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그의 수첩에는 매일, 매시간이 각종 일정들로 꽉 채워져 있다. 12개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포스코교육재단의 이사장으로 학교 운영 외 외국인학교 설립, 포철공고 마이스터고 전환, 송도 자율형 사립고 건립, 포철·광철고 전국단위 학생모집을 위한 기숙사 건립 등의 특별업무가 그 속에 다 들어있다. 게다가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인 12月과 1月사이에 연중 모금액의 80%를 모금해야 하기 때문에 기부활성화를 위해 고심하고 또 한다. '또 희망 2012 나눔켐페인'은 작년보다 9% 증액한 95억원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누구나 꿈꾸는 부자, 하지만 이루기는 어려운 것이 부자다. 설령 어렵게 이루더라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한다.

"돈내고 욕먹는다는 생각에 기부를 망설이거나, 알리지 않을 것을 확약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깨끗한 부자는 존경하고, 또 당당한 부자는 당당하게 기부할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깨끗한 부자를 존경하고, 부자는 가난한 사람들과 공생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할 것임을 이대공 회장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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