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건물을 토지의 구성부분으로 봐 한건의 부동산으로 취급·거래하는 반면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토지와 건물을 별개의 부동산으로 정의해 매매와 근저당 등 담보권설정행위도 별건으로 이뤄지므로 그 권리(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도 각각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다만 아파트 등 집합건물은 대지권에 의해 토지가 건물과 함께 거래되는데 이때도 등기부상에 대지권이 부여되어있는지, 대지권등기 전의 토지등기부상에 가압류, 가처분 등 제한물권이 설정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모르는 임차인들은 건물 등기부만 확인하고 아무런 제한물권이 설정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한 부동산으로 판단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는 위험할 수 있다.

예컨대 건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담보물권이 설정되지 않았고 토지에 대해서는 1억원의 저당권이 설정된 시가 2억 원(토지와 건물 각 1억 원)인 주택을 임차하는 경우, 임차인은 건물등기부에 아무런 제한물권이 설정되지 않았음을 이유로(통상 임차인들은 건물 등기부만 확인함)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만 받으면 자신의 권리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데, 소유자가 전세권(전세권은 통상 건물에 대하여 설정함) 설정에 동의한다고 하면 임차인은 이를 더욱 믿게 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만약 이 부동산이 경매돼 시가의 80% 정도인 1억6천만원에 매각(낙찰)된다면, 전체 부동산 매각대금의 2분의 1인 토지의 매각대금 8천만원은 토지 저당권자에게 배당돼 임차인은 나머지 8천만원밖에 배당받지 못해 2천만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또 시가 4억원(토지 2억원, 건물 2억원)인 다가구주택을 건물에 저당권이 없는(토지에는 선순위저당 2억원이 설정되었음) 상태에서 10명의 임차인이 각각 3천500만원에 원룸 1개씩을 임차했다가 경매로 3억원에 매각(낙찰)된다면, 토지 부분 매각대금 1억5천만원은 토지 저당권자가 배당받고 나머지 건물 부분 매각대금 1억5천만원만 임차인들에게 배당한다.

그러나 임차인들에게는 대항력(바뀐 소유자에게 대항해 자신의 임차보증금 전액을 변제받을 때까지 점유·사용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배당받지 못한 임차보증금 차액 2억원을 매수인(낙찰자)이 인수해야 하므로 초보 입찰자 등 경매부동산에 대한 권리분석에 어두운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입찰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물건은 매각(낙찰)되기가 어려워 유찰만 거듭되다가 경매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고, 설혹 경매초보자가 낙찰을 받는다 해도 뒤늦게 임차인들이 가진 권리를 알게 돼 낙찰 잔금을 납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임차인 모두는 매각 가능성이 희박한 임차주택이 팔릴 때까지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 되거나, 꼭 이사를 가야할 사정이 생기면 주택임차권등기를 신청·경료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야하는 형편이 될 것이다.

법률적인 판단과 부합함은 별개로, 오랜 현장 경험과 많은 사례를 접해 본 필자의 사견으로는 차제에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의 유럽국가와 미국처럼 건물을 토지에 부합된 한 건의 부동산으로 인정하고 그 권리와 운명도 같이하게 한다면 법률 지식이 짧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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