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구 (공인중개사·비학합동공인중개사사무소)

여러 인생 선배님들과 집 장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혼 초에 달세나 전세방부터 시작하셨다 한다.

남편들은 도시락을 싸들고, 그 좋아하던 술, 담배값을 아끼기 위해 결혼 전 동고동락했던 친구들과도 멀리하게 되는 나름의 고통을 겪게 된다.

그래도 아내들의 노력에 비하면 남편들의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처녀 때 멋쟁이이던 과거는 잊어버리고 말 그대로 먹을 것, 입을 것 안 입고 조그마한 푼돈에도 바들바들 떨면서 마련한 돈으로 소형아파트 한 채를 간신히 마련한다.

그것도 30%가량은 은행융자를 안고서 말이다.

이런 성취감도 잠시,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외는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적금 등을 부어서 중형 아파트를 장만했다는 줄거리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어느덧 초로의 나이가 되어서 삶을 되돌아 보면 아이들 키운 것과 아파트 한 채를 달팽이처럼 지고 온 것이 여태껏 인생의 결과물인 것 같아 허탈하기만 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곤 한다.

이제는 손주 볼 나이도 됐고 은퇴도 생각할 때가 됐기에 삭막한 도시의 아파트보다 몸도, 마음도 여유를 찾아 줄 전원주택이라도 장만해서 자연적인 멋과 안락한 노년을 꿈꾸며 시골로 떠나시는 것으로 집 장만의 긴 여정이 마무리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여정이 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유감이다.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2~3년쯤 살다 보면 외롭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두 내외가 할 수 있는 건 TV 시청과 일찍 자는 것밖에는 없다는 농담들도 하신다.

그도 그럴 것이 수 십년간 도시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가 물 맑고 공기만 좋다고 전원생활이 만족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전원생활이 만족해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인들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우선 전원주택지의 선택 기준이 항시 주거할 것이냐? 아님 주말이나 휴가를 즐기기 위한 주택이냐에 따라 개념이 구분돼야 한다.

둘 다 입지요건이나 이용 등은 거의 유사하다. 우선 주 도시의 근교에 입지해 도시와의 접근성이 용이해야하며 전원생활의 주된 이유인 주변 자연환경 등도 잘 보전된 지역이어야 한다.

또한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찾아와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집과 마당 등의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그리고 화초나 작물 등을 직접 재배할 토지의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우선시 돼야 할 것은 항시 주거용일 경우 위의 조건들과 함께 인근 지역의 생활 편의시설과의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어지간한 시골 출신이 아닌 한 여지껏 향유해 오던 도심의 편리한 생활 문화를 단박에 버릴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전원생활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전원주택은 돈만 들어간 인공미보다도 내손의 정성도 함께 들어간 것이 가장 전원스러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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