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큰잔치서 훔친 눈물 가족해체 안타까움 담겨있어"

이임태 안동주재 기자

경북도 도백이 눈물의 사모곡을 불렀다. 8일 본사가 주관해 문경에서 열린 '2012 경북 어버이날 큰잔치'에 참석한 김관용 지사는 먼저 자신의 불효를 고백했다. 행사장을 채운 어르신들을 보니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나고, 불효했던 일들이 뼈저리다는 것이었다.

그 자신 이미 고희를 넘긴 지사는 행사장의 어르신들에게 "부디 부디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시라"고 거듭 말했다. 끔찍한 전쟁과 가난, 조국의 그 간난을 온몸으로 살아온 세대의 아픔을 김 지사는 말했고, 그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건설했다고 말할 때, 지사의 어조는 자랑에 겨워 힘찼다.

그러나 지사는 어버이 세대의 희생을 '젊은 세대'가 알아주지 않고, 아무리 얘기해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세대간 '단절'도 토로했다. 서운함과 억울함이 적잖게 밴 어조였다. 아마도 지사는 부모가 지난날의 고난을 회고할 때마다 케케묵고 쓸 데 없는 옛날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이 시대 자식들의 태도가 퍽 서운했던 모양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지역 어른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사는 대표 격으로서 젊은이들을 향해 한 충고 던진 셈이다.

지사는 벅참과 서운함이 뒤섞인 어버이날의 소회를 심순덕씨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낭독이 후반부로 갈수록 지사는 목이 메어갔다. 마지막 한 구절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를 지사는 울음과 함께 겨우 토했다. 안경 밑으로 눈물을 훔치는 지사를 보면서, 장내 어르신들이 일제히 따라 울었다.

'젊은 세대'인 기자도 이 장면을 경북일보 인터넷 홈페이지 생중계로 시청하면서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어쩌지 못했다. "손톱이 닳아 문드러진" 어버이 세대의 희생을 '젊은 세대'인 기자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사의 눈물을 위로한다.

"지사님! 당신들 세대와, 그 이전 당신들 어버이 세대의 큰 사랑과 높은 희생을 '젊은 세대'들도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에 대한 이해와 존경의 끈을 젊은 세대는 결코 '단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당신들이 어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오늘 흘린 눈물을, 훗날 저희도 흘릴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버이에게서 태어난다. 어버이의 노동으로 먹고 자란 자식은 그들의 고단했던 삶 앞에 경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산업사회의 가족해체와 급격한 사회변화로 부모와 자식 간 가치관의 격차가 벌어지고 '단절'이 초래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정의 달에 모두의 가정이 이해와 사랑, 대화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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