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제2의 고향'…각별한 남산사랑

경주국립공원사무소 이성훈 역사 문화지킴이.

경주 남산을 가보지 않고는 경주를 봤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만큼 남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말이다. 그러나 남산을 오르는 사람들 중 어떤 분들은 남산 전역에 산재해 있는 유적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무심코 쓰레기도 버리고 더러는 유적을 훼손하기도 한다. 남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지만 남산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고 문화재들이 있는 유적지 주변을 청소하고 이런 일들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행복해 한다.

이성훈씨도 그 중의 한 분인데 지금은 경주국립공원 사무소에서 역사 문화지킴이로 일하는데, 경주의 국립공원은 남산을 포함해 여덟 곳이나 있지만, 그의 남산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남산에 관한 한 모르는 것이 없다. 남산의 쓰레기를 치우고 유적지 주변 청소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탑재나 불상의 조각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존하고, 길을 모르는 외지인들에게 길 안내를 하고, 문화재에 대한 설명까지 해주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경주가 고향은 아니지만 경주를 고향처럼 여기며 여생을 경주 사랑, 남산 사랑에 쏟고 있다.

-남산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저는 포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부터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는지 부모님 몰래 혼자서 경주박물관을 여러 번 다녔어요. 그런데 70년대에 우연히 '경주 남산의 폐사지'라는 문고본을 읽은 후 머리 속에서 남산이 떠나지 않았어요. 그때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는데, 50살 쯤 되어서 남산자락에 퇴직 후에 오려고 거처를 마련해 두고 그때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남산에 다녔지요. 그런데 10여년 전 퇴직하고 경주에 오니 마침 신라문화원에서 경주 문화에 대한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남산을 비롯하여 경주 문화 전반에 관한 공부를 했습니다. 그때부터 남산문화재에 대해 해설을 했지요. 저의 남산 사랑은 역사가 깊습니다"

-국립공원지킴이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경주국립공원은 1968년도에 지정되었지만, 사무소는 지난 2008년에 문을 열었고, 그때 역사 문화지킴이 모집 시험에 합격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참 보람되고, 이 나이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하죠"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공원 구역 내 약 100여개의 문화재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국보나 보물, 유형문화재같은 지정문화재도 하지만, 비지정문화재에 더 비중을 둡니다. 사실 비지정 문화재는 주무관서가 없으니 그동안 거의 방치되다 시피 했는데 이번에 경주국립공원사무소가 개설되어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모니터링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다행이지요. 아마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인 줄 압니다. 이 외에도 문화재의 분실이나 훼손을 체크하고 문화재주변의 정리도 함께 합니다"

-문화재의 모니터링이란 어떤 일인가요?

"쉽게 말하면 문화재에 대한 정기적인 관리를 통하여 실태를 다각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이죠. 문화재의 동일한 부분을 년 3~4회씩 계속 촬영해서 문화재의 변화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자료를 수집 체계화해 놓는 거죠. 문화재 보수나 관리에 필수적인 일입니다"

-여러가지 일을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물론 쉽기만 한 일이 있겠습니까? 가만있어도 등에 땀이 흐르는 한 여름 더위나, 매서운 칼바람 부는 겨울 같은 때 남산 폐사지로 찾아가는 계곡길은 힘들고 위험하기까지 하죠. 3년 전에는 말벌에게 정수리를 쏘여 사흘을 입원한 적도 있었고, 뱀에 물릴 뻔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한 번도 이 일에 불만을 가진 적은 없어요. 언제나 즐겁고 보람된 마음으로 일하니까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을 살펴서 보존하는데 내가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다는 것은 감동이죠"

-산을 많이 올라야 하는데 건강에 문제는 없나요?

"이 일을 하면서 산을 많이 다니니 더 건강해진 것 같아요. 그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지난 1월부터는 퇴근 후 한 시간 넘게 헬스로 몸을 단련시키는데 한층 몸이 가쁜해 진 것을 느낍니다. 오래 일하려면 건강해야죠. 얼마 전 대학 동창 몇이 남산에 와서 안내를 해 줬더니 절더러 '니는 참 행복한 놈이다'라고 합디다. 그러고 보니 그는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해 보이고 혈색이 좋다. 작년 10월에는 모 방송국의 인기프로인 1박2일의 남산코스를 안내하기도 했다.

남산은 그 넓고 의연한 가슴으로 누구나 안을 수 있지만, 남산을 사랑으로 보듬고 사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경주 남산을 보듬고 사는 이성훈 문화역사지킴이는 남산과 더불어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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