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불모지' 포항서 연극 발전 위해 헌신

김삼일 포항시립극단 상임연출가.

흔히들 포항은 문화보다 산업화된 도시라 문화의 불모지니 하는 말을 한다. 그것은 천년고도 경주의 바로 옆에 있는 도시로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어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포항의 문화인들도 포항문화 발전을 위하여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극 분야에서는 주변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데, 그것은 일찍이 연극에 관심을 가지고 평생 포항 연극을 이끌어온 김삼일 포항시립극단 상임연출가이며, 대경대 초빙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50년 세월 한결같이 포항 연극 발전을 위해 맨손으로 뛰어온 포항연극의 산 역사이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그에게 전국연극제 연출 대통령상, 한국연극예술상, 홍혜성연극상 등 많은 상을 안겨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지방연극인으로서는 수상하기 어려운 조선일보에서 제정한 제 14회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것은 그의 평생의 업적이며 자랑거리라 하겠다.

그는 포항 인구 5만이었던 시절, 문화원도, 예총도, 연습할 장소도, 아무 것도 없는 그야말로 예술의 불모지에서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연극의 작은 불씨를 살려 오늘날 포항연극을 우뚝 세워 놓은 공로자이다.

-연극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63년도에 KBS포항방송국에서 성우를 모집했는데 합격해서 성우 1기생이 되었어요. 그때는 라디오시대라 드라마를 일주일에 한번 씩 했는데 제작자들이 내 목소리가 연극하기 좋은 소리라고 연극을 해보라고 권해서 뜻 있는 사람끼리 모여 극단 '은하'를 조직한 것이 시발점이었지요. 은하극단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많으셨을텐데요?

"그렇지요. 춥고 배고픈 게 연극하는 일이니까요. 미치지 않으면 못합니다. 예총이 있나, 문화원이 있나, 어디 등 댈 곳이 없는 시절이었으니까요. 연습할 장소가 없어 길거리에서도 하고, 바닷가 백사장이나 동빈동 부두, 한적한 골목길 같은 데서 연습했지요. 그때 재생 이명석선생이 육거리에서 공민학교를 운영하셨는데, 방과 후에 거기서 하라고 장소를 제공해 주셨어요. 첫 공연으로 <비와 대화>라는 시극을 발표했는데 관객이 달랑 4명이었어요. 선생이 격려사를 하다가 관객들 보고, 왜 4명만 왔느냐고, 이래서 되겠느냐고, 마구 호통을 치시다가, "포항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울면서 호소하니까, 관객들도, 스텝들도 함께 울고…. 그분이 포항 문화의 대부였지요. 그 후에 문화원이 생겨 그분이 문화원장이 되면서 저에게 무보수로 사무국장하면서 문화원에서 연습하라고 해서 거기서 마음놓고 연습했지요"

-부모님들의 반대는 없었는지요?

"그때 연극한다면 반대 안하는 부모가 없었지요. 자식 하나 버렸다고 난리 났지요. 그래서 내 이름을 못 써고 '남성민'이란 이름으로 하다가, 들통나면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그래도 그만두지는 않았어요. 이명석 선생의 유지를 받들고 싶었거든요. 그분은 '너희들 하는 일이 지금은 보잘 것 없는 것 같지만 앞으로 크게 될 수 있다. 돈 벌 생각 말고 연극을 통해 포항에 문화를 심어라. 포기하지마라'하시며 격려해 주셨지요. 그 분의 호가 재생인 것도 르네상스, 고려말 조선초에 있었던 포항의 정통문화를 다시 꽃피워보자는 뜻을 내포하고 있거든요. 또한 지방 유지분들과 협찬해서 자금조달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지요"

-100여편의 작품을 연출하셨는데 제일 애착이 가는 작품은요?

"모든 작품들이 나름대로 다 애착이 가지만 85년도에 차범석 작 '대지의 딸'을 은하극단에서 연출했는데 그 해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포항 최초로 외국명작을 번역한 작품으로 유진 오닐의 '고래'도 연출했지요. 이 외에도 포항의 정신을 살린 '충비 단량', '정몽주'라 든가, '정약용'등 포항과 인연 있는 인물들에 대한 작품들도 애착이 가지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힘자라는 데까지 포항의 인물들을 발굴하고, 외국의 명작들도 병행해서 작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요즘 뜻있는 교장선생님들이 계셔서 한 작품에 2500~3000명 정도의 학생고정관객이 생겼는데 일반 시민 관객도 그 정도만 되면 연극이 활성화 되겠지요. 포항이 경제나 산업 쪽으로 활기찬 만큼 이제 문화를 돌아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단 연극 뿐 아니라 다른 예술 전반에 걸쳐 문화를 향유하는 품격 높은 도시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연극인은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나기도 하지만, 무대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소망이라는 진정한 연극인, 김삼일 연출가, 그가 연출한 포항의 인물 '창의장군 김현룡의병대장'이 포항시립중앙아트홀(구 시민회관)에서 7월 1일까지 공연된다. 많은 시민들이 그의 외로운 '포항문화 살리기'에 힘을 보태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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