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민들에 궁도 매력 알리고파"

포항궁도회 고문이자 신경주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정수 선생.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 경기에서 우리를 환호하게 하고, 우리에게 자부심을 주고 가장 많은 메달을 따오는 경기가 양궁이다. 우리는 화살이 날아가서 과녁을 정확하게 맞추는 신궁들을 보며 감탄은 하지만 쉽게 활을 잡아 볼 엄두를 내지는 못한다. 그런데 43년간 한약방을 하고 있는 정정수 선생은 일찍이 궁도의 묘미를 알아 포항에 국궁을 자리 잡게 한 선각자이며, 궁도회 회장을 거쳐 지금은 고문으로 있으면서 포항궁도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선생은 포항여고 뒤편에 있던 작은 궁도장을 시의 협조에다 사비를 보태 종합운동장 남쪽에 송학정이라는 번듯한 궁도장으로 변모시켰다. 그는 포항 체육회 이사를 8년간 했고, 현재도 체육회 임원이다.

그는 올해 75세이지만 궁도회 뿐 아니라 경찰서 방범위원장을 30년간 했고 지금은 생활안전협의회 고문으로 있다. 하루에 6종류의 신문을 꼼꼼히 정독하는 선생은 북부 경찰서, 북구청 건너편에서 43년간 한약방을 경영하면서 관청의 이웃으로서, 관변단체에 봉사하면서 쓴 소리 바른 소리 잘하는 사람으로 유명하지만, 모범 시민인 그의 바른 소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아직도 많아 그의 일상은 항상 바쁘다.

-한약방을 경영하면서 궁도를 하시기는 힘들 것인데 궁도를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어릴 때 친구집에서 친구 아버지가 활을 쏘시는 것을 봤는데 그것이 그렇게 좋아보이고 나도 커서 꼭 해 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활을 구할 수도 없고 어디서 하는 지도 모르고 늘 마음에 품고 있다가 한약방 열고 나서 우리 손님 중에 해경에 다니는 분과 만나 우연히 활 얘기가 나와서 국궁장에 갔지요. 포항여고 뒤에 있었는데 그때 처음 알았어요"

-포항에 국궁이 들어온 것은 언제 쯤이었습니까?

"포항에 궁도가 들어온 것은 1930년인데 그때는 회원이 십여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어요. 지금도 포항에 국궁 궁도장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활을 쏘면 어떤 점이 좋습니까?

"쏘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활쏘기가 단순히 팔운동만 되는 줄 알지만 활쏘기야 말로 전신운동이지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운동이 됩니다. 활시위를 당겨서 화살을 보낼 때는 무아지경이 되고 심신이 일치가 되는 것을 경험하지요. 또한 정신이 맑아집니다. 결국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지요"

-보통 사람들은 궁도를 어렵게 생각하는데 입문하는데 절차가 있습니까?

"예전에는 어려웠는데 지금은 개방했기 때문에 누구나 입회할 있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인물들은 면접해서 제외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업이신 한약방이나 궁도 이외에도 경찰서 생활안전협의회에서 많은 봉사를 하시는데 어떻게 시작하시게 되셨는지요?

"아무래도 경찰서 바로 앞에서 오래 영업을 하다 보니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지만, 해보니 이런 일도 꼭 필요한 일이고 건의하고 직언하는 사람도 있어야 되겠다 싶더군요. 젊을 때는 라이온스 같은 사회단체 봉사도 했지만 지금은 관변단체 봉사를 많이 합니다"

-주로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요?

"회비 내어서 파출소를 중심으로 업무하는 사람들 도와주고, 범죄 예방 행사할 때 봉사하고, 한 달에 한번 토론회 하면서 건의하고, 교통 법규에 대한 계몽도 하는데, 예를 들면, 포항 시민들은 무단횡단도 많이 하고, 방향표시 깜빡이를 잘 안 켜는데 그것 좀 단속 잘 해라, 공원에 개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배설물 관리 좀 잘 하게 지도해라. 이런 것들인데 사실 건의해도 큰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요."

-이런 일들로 바쁘시면 본업에 지장도 많으시겠습니다.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예전에는 병원도 잘 없어서 한약방에서 온갖 병을 다 고쳤는데 요즘은 병원이다 보건소다 한의원이다, 하도 많으니까 한약방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사양업종이지만 그냥 소일삼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도 한 자리에서 40년 넘게 하다 보니 초창기에 왔던 사람들이 아직도 여기서 하느냐면서 찾아와 주기도 하고, 그냥 심심찮게 할 만 합니다."

선생은 건강이란 음식 잘 먹고 스스로 관리 하는 것이고, 약은 조금 보조를 해 줄 뿐이라고 말한다. 요즘도 출근하기 전에 환여공원에서 한 시간 운동을 하고, 가끔 궁도회에 나가 심신을 단련하고 사회정화를 하는데 앞장서서 봉사활동을 수십 년 계속하고, 내가 남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나부터 위반되는 짓을 하지 않는다는 모범 시민 정정수 선생, 그의 반듯한 모범시민의 자세가 포항 시민 모두의 면면으로 흘러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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