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으로 대수술 받은 뒤 죽는 날까지 봉사키로 다짐

나비생태원에서 봉사를 마치고 나온 김시정 선생.

"저는 심장질환으로 명예 퇴직한 것이 아쉬워서 몇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퇴임한 후로는 학습이 부진하고 부모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 저소득층에는 불행히도 빈궁하면서도 부모님마저 없는 어린 자녀들이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로는 교육적으로 거의 방치되고 있어 초등교육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언제나 가슴이 아픕니다.

초등교육과정은 중고등학교 교육의 밑바탕이 될 뿐 아니라 민주시민의 기초적 자질과 소양을 기르는 중요한 시기라 아이들이 같은 또래에서 소외되고 균등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빈발하는 학교폭력이나 학생자살 같은 비극적인 일도 아이들의 유년기 교육의 부실함과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되어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김시정(76)선생은 안동사범학교를 나와 평생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심장병으로 수차 대수술을 받아 육체적으로는 도저히 봉사활동을 할 수 없음에도 선생은 자신이 죽을병에서 다시 회생했으니 지금의 삶은 덤으로 받은 생(生)이라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가난하고 부모 없는 아이들을 위하고 생명사랑을 실천하여 이 세상에서 받은 은혜를 갚겠다고 다짐하셨다.

― 언제부터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퇴임 후 줄곧 불우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9년 전부터 대구 나비생태원에서 해설사로 매주 3~4일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나비생태원을 소개해주세요.

"나비생태원은 대구에 있는 봉무공원 안에 있으며 2002년 4월에 개원한 나비생태 학습관입니다. 우리나라 나비 150여종과 외국나비 100여종 총 1000여 마리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고 나비를 방사하는 50평 규모의 유리 온실이 있으며 나비의 기원, 나비의 일생, 나비의 분류 등 나비생태에 관한 모든 것을 한 눈에 관찰할 수 있습니다."

―나비생태원에서 하시는 일은?

"나비생태원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나비를 사육하고 나비가 활동하는 전 과정을 해설하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비와 자연에 관한 기초지식을 가르치고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자연을 가까이 하고 사랑하는 심성을 가지도록 교육합니다. 특히 유년기의 아이들에게는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마치 그물의 그물코처럼 따로 이면서도 함께 연계되어 있음을 이해시켜 서로가 아끼고 사랑해야 할 이유를 깨닫게 해 줍니다."

― 선생님은 교직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숙제를 내주지 않으셨다고 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지만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게 했습니다. 명시적으로 숙제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예습을 하거나 복습을 하던 독서만 해도 간섭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고 단 그날그날 집에서 한 일을 부모님한테 확인만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결과는 모든 학부모님들이 인정할 만큼 성과가 좋았고 중학교에 가서 학반 배정을 위해 배치고사를 쳤을 때는 뚜렷하게 우수한 성적을 보여 교육방법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 평생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분으로서 학부모님께 유년기 교육에 대해 도움 말씀 주셨으면 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특성과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거목으로 자라기를 바라면서도 교육방법에 있어서는 자녀들의 개성이나 적성을 무시하고 부모님 뜻대로 이리 굽히고 저리 굽혀 분재형으로 키우려고 합니다. 아이들의 유년기 교육은 모든 교육의 기초가 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됩니다. 자녀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특질과 적성을 살피고 그 수준에 맞게 가르치고 진로를 잡아가야 합니다. 논어에 보면 만세에 스승이신 성인 공자는 교육방법으로 자로와 염유라는 두 제자가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도 각기 다른 대답을 주셨습니다. 분명 모순이 있어 다시 물으니 공자는 자로는 성미가 급하고 용맹이 있어 무슨 일이든 지나치게 서두름이 있어 그것을 고려함이고 염유는 반대로 매사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 그 점을 생각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고 달리 가르쳤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당장에 1등하는 것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진로가 한 번 잘못 잡히면 줄곧 나아가도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장래를 멀리 내다보면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안목을 갖추고 자녀의 적성에 맞는 교육방법을 찾아주고 진로설정에 도움을 줘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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