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어색한 CG·다소 진부한 스토리 아쉬워구혜선 연출 3D 단편 '기억의 조각들'내달 제천국제음악영화제서 상영

얼음이 금만큼이나 귀하던 영조 말기. 좌의정 조명수는 올바른 말만 골라 하는 우의정 이성호(권혁풍)를 제거하고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얼음 독점권을 독차지한다.

이성호의 서자(庶子) 덕무(차태현)는 조명수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누명으로 귀양살이하는 동수(오지호), 조조 무덤을 도굴한 도굴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등을 모아 조명수가 보유한 얼음 3만 정을 빼앗기로 결의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과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미덕인 영화다. 적당한 온도에서 웃음을 주고, 예상 가능하게 진행되다가도 약간의 반전을 곁들인다. 조금 웃다가 별 흠 없이 흐르는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상영시간 121분은 금방 지나간다.

영화는 익숙함을 건드린다. '과속스캔들'(2008)과 '헬로우고스트'(2010) 등 연달아 히트작을 내놓은 차태현은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로 또 한 번 승부한다. 고창석·성동일·신정근 등 조연도 영화의 코믹 모드에 한몫한다. 오지호가 연기한 동수는 TV 드라마 '추노'에서 자신이 연기한 송태하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영화는 이처럼 기존 배우들이 지닌 이미지를 활용한다. 새롭지는 않지만 극을 안정적으로 꾸리기에는 적절한 선택인 듯 보인다.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지닌 힘은 여전하다. 대쪽 같은 동수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깐족대는 연기는 웃음보를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청력이 약해 폭음(爆音)을 듣지 못하는 대현의 에피소드는 1차원적이지만 역시 재미를 준다. 성동일의 에드리브와 고창석의 멍한 표정도 또 다른 웃음포인트다.

만듦새만 보면 영화를 여러 편 만든 중견 감독의 작품 같지만, 신인 김주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의형제' 각색에 참가한 감독. 아쉬운 점은 신인 감독으로서의 패기를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대목은 컴퓨터그래픽(CG)이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CG는 유치하다. 대포를 이용해 얼음을 깨는 공격과정과 땅굴로 몰려드는 성난 물길은 마음이 넓은 관객이라도 고개를 저을만하다.

조선시대에 얼음을 턴다는 설정만 다소 특이할 뿐 사건도 도둑들이 등장하는 국내외 수많은 액션 영화와 구별되는 구석이 별로 없다는 점도 약점이다.

8월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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