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부사장

이번 대선이 정책과 이념은 간곳없고 막말뿐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이 막말로 인해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저질 막말정치인들이 이 땅에 남아 있는 한 국회는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요즘 막말 정치인에 이어 대선후보자 음해성 루머가 판을 치고 있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음이 실감난다. 후보자 흔들기 불확실한 헛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세상 살다보면 흔히 이런 유언비어에 휘말릴 때가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대선은 도를 넘고 있다. 유언비어는 남들보다 좀 더 뛰어날수록 그 대상이 되기 쉽다. 선거 때 유언비어에 시달려온 후보자들은 억울함이 있어도 해명할 기회조차 없이 선거는 끝나버린다.

유언비어 누명을 씻지 못하고 희생된 억울한 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악성 유언비어는 누군가가 유언비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유언비어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피해당사자에게 치명상을 주기 일쑤다. 유언비어에 낙마한 대표적인 정치인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다.

대선을 앞두고 나돌고 있는 유언비어는 대부분 터무니없이 조작된 내용들이다. 이런 와중에 무차별 언어폭력을 일삼는 정치인이 국회 위상을 떨어트리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막말 저질정치인에 대한 징계는 뒷전이고 말싸움으로 끝내려 하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유언비어는 자칫하면 나라가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23년 9월 일본 동경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때 일이다. 그때 인명 피해가 22만 명이었고 사망자가 9만 명이상 이었다.

그때 악랄한 일본 관헌들이 조선인을 겨냥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조선인들이 방화 강간하며 우물에 독약을 뿌리고 폭동을 기도하고 있다"고…. 이에 일본인들은 소위 '조선인 사냥'이라 하여 조선인은 닥치는 대로 희생시켜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그렇게 악랄했던 일본인에게 우리가 직접 원수를 갚지 못했지만 1945년 7월 30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투하되어 그 원한의 일부를 갚아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복수는 용서하고 참는 것이라고 했다. 말은 엎질러진 물이라 했던가.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법. 그리고 말하는 혀는 불과 같아서 성냥개비 하나로 온 산을 태우는 위력을 갖고 있다.

권력 있는 자들은 말 한마디로 나라를 태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항상 입에 파수꾼을 세우고 선한 말만 골라하면서 살도록 힘써야 하리라. 그러나 두 사람 이상만 모이면 유달리 남의 비판만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길들여진 사람은 고칠 길도 없어서 평생 불평만 일삼다가 일생을 마칠 것을 생각하면 딱하기도 하다.

말은 잘하면 복을 받지만. 잘못하면 반드시 저주를 받는 법이라고 일찍부터 들어왔다. 모든 독이 말로 나오기 때문에 말을 고치지 않으면 그 독이 자신의 육신과 영혼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는 이치를 나 자신은 얼마나 깊이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지 회한(悔恨)에 젖어본다. 정치인들이여 자신이 내뱉은 막말이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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