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디지스트 총장 인터뷰

신성철 디지스트 총장

"지금 나와 있는 차량용 계기판 중에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구미의 차량용 부품회사인 ㈜GKR 허영태 대표는 최근 개발한 차량용 계기판의 해외수출 추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계기판은 차량의 속도, RPM(분당 회전수), 배터리충전상태, 차량주행거리, 주행가능거리, 타이어 상태 등의 각종 차량 정보를 LCD화면으로 보여주는데 기존의 계기판과 다른 시스템을 적용해 만들어졌다. 차량의 구조 및 종류, 주요 타깃이 되는 고객층의 취향에 맞도록 글씨나 배경, 색, 디자인 등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돼 있는 것이다.

허 사장은 "기존방식으로는 차량의 설계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기종을 추가 할 때 계기판을 바꾸는 과정에 일이 많지만 우리 방식을 적용하면 기존보다 시간이 1/3이상 단축되고 비용이 절감된다"고 자랑했다. 이 제품의 우수성을 확인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2014년부터 생산되는 굴착기, 휠로드 등에 ㈜GKR의 계기판을 장착할 예정이다. 대만의 전기차 회사인 유롱모터스도 내년부터 생산되는 전기차에 이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또 중국의 시공그룹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중장비에 내년부터 이 회사의 제품을 장착하기로 하고 9월부터 ㈜GKR와 프로그램 구성에 들어간다.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GKR에 기술을 이전한 기관이 바로 디지스트다. 이 기술의 이름은 'OSCAR-OSEK(차량용 실시간 운영체제)을 적용한 고신뢰성 임베디드 시스템'으로 디지스트의 로봇시스템연구부 진성호 선임연구원이 개발했다. 진 연구원은 이 기술에 대해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쉽게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금 지역의 한 유력 자동차 부품회사에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기술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의 유압식 핸들 파워 스티어링은 엔진의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전동식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디지스트 IT융합연구부 이충희 연구원이 개발한 차량 영상인식 기술은 대구의 ㈜씨앤오라는 회사에 이전됐다. 이른바 '스테레오 비전기반 차량 인식 기술'이다. 현재의 무인카메라, 감시카메라 등은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되돌려 사람이 해석한다. 그러나 이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은 카메라 스스로 영상에 나타난 차와 사람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어떤 명령을 주는 것이다. 좌우 두 대의 카메라가 만든 영상이어서 차나 사람과 카메라 사이의 거리 측정도 가능하다. 그래서 현재 연구가 한창 진행중인 지능형 자동차와 무인속도측정카메라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를 차량 속도측정기에 이용하면 훨씬 편리하고 경제적이다.

이같은 디지스트의 기술이전 매개 행사가 지난해부터 시작된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Open Innovation Day)'라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3회가 진행됐는데 디지스트는 이 행사를 통해 디지스트가 가진 기술을 지역 기업에 공개하고 기업으로부터 기술개발 방향에 대한 의견도 받는다.

첫 행사는 지난 해 10월 지역의 기계·자동차 부품 분야의 대표적 기업 CEO 3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그리고 지난 2월엔 지역 섬유산업 CEO들을 초청해 이 행사를 가졌다.

지난 6월 행사에선 IT분야의 기술이 공개됐다. 이 때 이충희 연구원의 '자동차용 스트레오 비전을 통한 차량 및 사람 인지 기술'을 지역기업에 이전한 사례가 첫 선을 보였고, 실감체험 휴먼 인터페이스 기술, 의료용 IT융합분야 기술 등도 공개됐다.

디지스트는 오는 9월에는 로봇산업분야의 기술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초일류 융복합 연구중심대학'을 꿈꾸는 디지스트가 이처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지역 기업과의 윈윈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신성철 총장은 "그게 바로 디지스트의 설립 취지"라고 강조한다. 디지스트는 연구본부에 나노바이오연구부, IT융합연구부, 로봇시스템연구부, 에너지연구부를 두고 있는데 모두 지역산업과 연관성이 큰 분야다. 신 총장 부임 이후 디지스트는 이같은 지역산업과의 교류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기술이전의 경우 지난 2010년 처음 6건으로 시작해 지난 해는 9건으로 늘었는데 올해 말이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이전에 따른 기술료 수입은 크게 늘어 2010년 9천100만원에서 지난 해는 4억700만원으로 347%가 늘었다.

디지스트는 기술이전 외에도 지역기업들과 공동연구에도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 '스마트TV를 위한 실감형 UX 모듈 개발' 등 현재 20여가지가 진행되고 있다.

아래는 신성철 디지스트 총장 인터뷰.

-초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를 시작했는데 이 사업의 개념은 무엇이고 왜 이 사업을 중시하는가?

 "21세기 들어서면서 갈수록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학과 기업 모두 신기술을 좇아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서로 보완하는 협력이 필요한데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왜냐하면 선진국의 경우 박사급 이상들이 산업체와 대학, 연구기관 등에 고루 배치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개발에 힘들어하는 기업을 대학이 도와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대학이 가진 연구·기술을 공개하고 기업은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을 대학으로부터 전수받아 경쟁력을 키우라는 행사다. 디지스트의 설립취지 중 하나가 바로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는 대학과 기업간의 윈윈 프로젝트다."

 -오픈 이노베이션 과정에서 지역기업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다. 우리의 기술이전을 원하면서 발전기금을 미리 내는 기업도 있었고 어떤 기업은 자신의 연구원 50여명을 우리에게 보내 하루종일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고민을 하고 있더라. 우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업체들의 매출이 오르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 우리 대학은 언제나 기업들에게 열려 있다. 우리의 기술과 인력을 기업들이 적극 이용하면서 공동으로 연구도하고 정부의 프로젝트도 많이 따냈으면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보다 효과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이 사업은 1회성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우리는 연구원들에게 1억원 이하의 정부 프로젝트는 관심을 두지 마라고 한다. 그러나 지역기업에 필요한 것이라면 그 이하라도 적극 따오라고 한다. 지역 기업과의 보다 구체적인 협력을 위해 최근 산학협력관도 만들었다. 이곳에는 앞으로 25개의 지역 기업들이 입주하게 된다. 모두 우리의 특성화 분야와 관련이 있는 기업들이다. 이곳에 입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재의 기술에 대한 효용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우리는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도록 원천기술을 활용하기도 하고 공동연구를 하면서 도움을 줄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산학협력에 적극적이다. 디지스트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 연구원들은 지역 기업에 바로 응용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고 우리의 연구력은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역기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오픈 마인드를 가지라는 것이다. 국내 경쟁력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국제적 경쟁력을 가져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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