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제정치학자가 말하는 한국의 독도대응전략

독도박물관 이원휘 학예사와 대담하고 있는 국제정치학자 쓰보이 테루타카씨.

지난해 독도박물관에서 국민들에게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정치학적으로 명백한 한국땅이라고 밝힌 일본인 국제정치학자이자 한국 근현대사연구자인 쓰보이 테루타카씨가 울릉도 독도박물관에서 이원휘 학예사와 독도문제에 대담을 나누었다. 대담은 지난 8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약 4시간에 걸쳐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광복 67주년을 맞아 독도박물관을 방문한 쓰보이씨는 독도에 관심이 많은 지한파다. 한국을 200차례 이상 드나들며 경북일보 양병환 기자와 친분을 쌓아온 그는 독도는 한국인의 민족자존심의 상징이라며 '독도 한국 자존심론'을 펼쳤다. 이러한 인식은 독도를 다케시마라며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 정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연일 파상공세를 편 일본 우익들의 정서에 반한다. 독도를 한국령이라고 확신하는 지한파 일본인에게 한일 간 역사치유의 큰 희망을 엿보았다.

대담을 마치고 독도박물관 전시실에서 기념촬영을 한 쓰보이씨.

- 어떻게 한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됐나. 일본에서 한국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70년대 말 미국유학 당시 한국사에 관심을 가진 점이 흥미롭다.

△올해 68세로 1960년대 반전운동에 참여했던 일본인으로서 독특한 시대경험을 지닌 세대다. 일본 중앙(中央)대와 와세다(早稻田)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1977년 미 오클라호마대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유학을 떠났다. 오클라호마대에서 많은 한국 유학생을 만나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됐다. 룸메이트도 한국인 부부였다. 지금은 전북대와 전주대 교수로 재직중인 이들과 한국역사 끝장토론도 가졌다. 이때 독도가 한국의 고유영토이고 일 정부의 역사인식이 잘못됐다는것을 깨달았다.

-독도가 한국령이라는 일본계 학자들은 매우 적다. 왜 독도가 한국영토라고 보는가.

△2011년 경북일보에 20세기 동아시아 역사에서 일 제국주의 범죄행위를 객관적으로 비판하는 글을기고한 적 있다. 나는 독도가 한국영토라고 주장하는 시마네현립대학 명예교수 나이토 세이츄 같은양심적인 학자와 비슷한 부류의 연구자다. 그 이유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으로 너무나 확실한 때문이다. 독도연구 이래 1905년 소위 시마네현 고시로 독도를 무주지라고 강변하며 일본영토로 불법 편입시키기 전까지의 근현대 일본자료를 통틀어 봐도 입증자료를 단 한 개도 발견하지 못했다. 요사이 시모조 마사오(전 시마네현 다께시마연구회 대표)로 대표되는 죽도(독도) 일본고유영토론을 주장하는 우익의 논리를 반박하는 글을 쓰고있다.

- 이번 방문 목적은? 대한제국 독도영유권 관련 기록을 확인하려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1906년 대한제국 관리들이 독도가 대한제국의 영토임을 주장했다는 공식문건의 확인이 목적이다. 독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고 해서 직접 확인하려고 왔다.

- 대한제국 당시 문건인 '이명래보고서'가 한국 학자들과 소수 일본학자들에게 알려진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당시의 문건 확인은 왜 필요한지.

△나는 역사적 자료를 통해 독도에 대한 일본인들의 왜곡된 인식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래서 관련자료를 수집하려고 한다. 일부 학자들이 자신의 주장에 불리하다고 역사적 자료를 숨기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진실을 숨기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인들을 설득하는데 '이명래보고서'보다 더 훌륭한 자료는 없다.

- 일 정부가 독도영유권 주장 강도를 해마다 높여왔다. 특히 올해는 자위대가 독도를 정당한 방법으로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현직 의원에 의해 제기되었는데 많은 일본시민들은 독도가 한국 고유영토라는 것을 잘 모르지 않는가.

△한국인들은 일본 국민 대부분이 독도와 다케시마 이슈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일본어에 능통한 한국인들이 일본인들과 대화할 때 간혹 독도에 대해 질문하면서 발견하는 다소 황당한 일이다. 친분 있는 한국미디어 담당자들도 일본 도쿄에서 인터뷰를 하다 일본 국민대부분이 독도 혹은 다케시마가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른다며 놀라운 표정을 짓곤 한다. 자위대 독도파견 주장이 제기되었던 집회는 올해 4월에 있었다. 우익과 일부 보수정치인들이 가세한 집회였다. 일본 국민들의 큰 호응은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 일 정부에 의한 일본의 죽도(독도)영유권 주장과 일본의 동아시아 전쟁관련 역사왜곡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 대한민국 대통령이 독도를 다녀왔다. 이 일은 독도영유권에 큰 관심이 없던 일본 국민들에게 큰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많은 일본인들은 독도(다께시마)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고 독도이슈 또한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일본 내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일 정부와 언론들이 자국민을 상대로 독도(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영토이고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왜곡된 정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대체로 정부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와 이전은 한일 간 독도영유권 논쟁에 하늘과 땅 차이다. 일 정부가 자국민에게 독도이슈를 대대적으로 알리는 것은 한국정부가 원하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일 정부는 한일 간의 독도분쟁을 온 국민과 세계에 알리고 전면전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일 정부가 독도에 관해 자국민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설득에 적극 나선 것이다.

- 독도가 한국령임을 인정하는 일본인 연구자 입장에서 한국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한국정부가 과거처럼 조용한 외교를 지속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다. 앞으로 일본여론과 외국 언론들은 한국 정부를 주시할 것이다. 일본은 총리가 직접 나서 국내외에 왜곡된 정보를 알리고 있는데 정작 정통성을 지닌 한국은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최소한 일본의 독도 불법편입 사실과 역사왜곡 사례들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일본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에게 밝히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 일본이 강력 대응하고 있지만 한국정부와 일부 학자들은 조용한 외교를 통해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지금 일 정부의 강력한 대응 행동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다. 일본에서는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이 레임덕 해결을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가 보고 폄하하기도 한다. 만일 그렇다면 참 불행한 일이다. 한국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없다면 일 정부로 하여금 독도문제에 대한 진정한 수호 의지를 과소평가하게 할 수도 있다. 세계는 이미 글로벌화로 국제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국제법적 모든 분쟁과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면 세상은 이미 낙원이다. 한국정부가 기존 방식으로대처해 나간다면 세계인들로부터 당연히 받아야 할 합리적인 지지를 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고, 국제사법재판소만 피하면 된다는 소극적인 생각은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정부가 다음 세대들에게 큰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 인내가 필요한 일이지만 합리적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일본시민들과 세계인들을 상대로 독도가 한국영토라는 것을 합리적으로, 당당하게 설득시킬 수 있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 앞으로 한국역사와 관련된 어떤 연구계획을 갖고 있는지.

△지금 민비시해사건과 러일전쟁, 그리고 울릉도 독도 문제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있고, 이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사료수집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구한말을 조명하는 매우 중요한 주제다. 평화의 길은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갈 것이다. 언젠가 침략역사에 대한 일 정부와 국민들의 진정한 반성이 이뤄지고 이에 기초한 한일 양국 간 진정한 평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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