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부사장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고도 경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해마다 경주남산기슭에서 열리고 있는 통일서원제(統一誓願祭)는 크게 보면 분단된 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서원제가 열리는 통일전(統一殿)은 박대통령이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기원하고 삼국 통일의 영웅인 옛 선조대왕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했다.

통일서원제는 우리민족 최초로 AD 675년 신라가 자주적 통일 성업을 달성 했던 날인 10월7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거행 되고 있다. 올해는 휴일을 피해 이틀 앞당긴 지난 5일 오전11시 열렸다. 행사 내용도 전년에 비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34회째인 서원제는 지금까지 행사에서 과감히 탈피해 초등학생 태권도 시범을 비롯 다양하고 볼거리가 있는 행사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서원제가 국가 행사가 아닌 지역의 초라한 연례행사로 전락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원제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토와 민족을 통일한 신라의 삼국통일 위업과 그 호국정신을 길이 선양하고 분단된 조국통일의 염원과 그 실현을 다짐하기 위한 행사가 아닌가. 그럼에도 행사를 격하시켜 기초자치단체에 맡긴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1977년 통일전 개관 당시에는 정부요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국가행사로 치러졌고 그 후 10년간 경북도가 행사를 주관할 당시만 해도 매년 정부 부처 장관과 도지사가 참석하는 거도적인 행사였다.

올해 통일서원제 행사 내용을 대폭 개선하는데 노력한 최양식 경주시장은 행사의 중요성으로 보면 국가행사로 격상해도 손색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통일전의 면적은 8만2645㎡에 이르며 주요 시설물은 본전 1동, 영정 3기, 기념비 1기, 사적비 3기, 기록화 17점, 무명용사비 1기가 있다. 소나무 등 59종, 5천600그루의 수목과 5015㎡의 연못이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1976년 4월에 착공, 1977년 9월에 준공된 통일전은 그 자리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이 '統一殿'이라는 휘호를 썼고 태종무열왕과 문무왕의 영정은 김기창 화백이, 김유신 장군의 영정은 장우성 화백이 그렸다.

평소 경주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박정희 대통령이 1971년 7월 경주관광 종합개발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경주가 국제 관광도시로 커가는 계기가 됐다. 신라 최고 최대의 고분인 천마총을 발굴 조사하여 그 내부를 공개하여 경주가 뜨기 시작했다.

천마총은 자작나무 껍질에 채색으로 천마를 그린 말다래(국보 제 207호)가 발견되면서 붙인 이름이다. 1973년 불국사의 복원을 살펴보면 대통령의 문화재 복원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그뿐인가? 삼국 통일과 찬란한 민족문화를 창조한 화랑의 빛난 얼을 오늘의 청소년들에게 체득하게 하기 위해서 건립된 화랑의 집은 강화도 마니산과 더불어 성화를 채화하는 명소가 되었다.

어쨌든 통일전은 호국 영령의 뜻을 기리자는 뜻으로 건립된 만큼 초·중등학생들의 통일이념 교육장 형태로 이용될 뿐 아니라 수학여행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통일을 앞당기고 경주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전국규모의 행사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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