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푸른문화연대 이사장 인터뷰

이재원 푸른문화연대 이사장

올 하반기에는 '제1회 독도사랑, 국악사랑 대한민국 국창대회'와 창작 창극 '불의 여인 세오녀' 등 굵직한 국악무대가 포항을 감쌌다. 역사적으로 '국악의 본고장'이라 말하기 어려운 포항지역에서 큰 국악 무대가 마련된 중심에는 이재원 푸른문화연대 이사장이 있다.

포항의 한 피부·비뇨기과의원장인 그가 사비까지 털어가며 '병원음악회' '명인의 산조듣기 시리즈' '판소리 다섯마당'에 이어 '국창대회'와 '창극'까지 지역의 국악 저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뭘까.

이 원장은 국악과의 첫만남을 고등학교 시절로 회상한다.

"고1 때 포항지역 대표로 서울연수를 간 일이 있어요. 국악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조상현 선생의 강의와 판소리를 듣고 얼어붙을 만큼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때부터다. "어렴풋했지만 지역대표로 국악을 접한 만큼, 이 자리에 오지 못해서 국악을 접하지 못한 친구들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국악의 감동을 소개해야겠다'라거나 '환원'이라는 단어와 인연을 맺게 된 것 같아요."

대학시절에는 국악공연에 쫒아 다니며 많은 명인들을 만났다. 전공을 국악으로 바꿀 각오를 할만큼 열의에 찬 의대생이였다.

이때 사부님으로 모시던 고 박병천 명인의 한마디가 이 원장의 머리를 쳤다. "의사는 국악을 할 수 있지만 국악하는 사람은 의사를 할 수 없다"라는 말씀이었다.

이 원장의 가치관과 임무가 구체화되는 순간이었다.

"모든 사람이 무대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대가 있으려면 무대를 만드어주는 것, 판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 임무다 라는 걸 깨달았죠."

고향인 포항에 내려와 병원을 개원하고 보니 국악무대는 전무했다. 대학생때는 서울에서 많은 국악인과 인간문화재의 교류가 있었는데 국악에 대한 안타까움과 갈급함이 찾아왔다.

"고향에 국악의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기회가 있음에도 싫어하는 것'과 '기회가 없어서 싫어하는 것'은 구분돼야 하거든요."

이후 2006년 본인의 병원에서 국악연주회를 시작했다. 대금산조를 로비에서 3년간 이어갔다. 입소문을 타면서 관객들이 늘었고 지역 병원 등 곳곳에서 음악회가 만들어졌다.

"작은 무대가 서서히 만들어 지고 있으니 이제는 좀 더 전문적인 무대로 성장할 때라 판단했어요. '명인의 산조듣기 시리즈'를 시작했죠. 지금은 산조를 넘어 '판소리 다섯마당'을 하고 있으니 벌써 5년이네요."

사실 '명인의 ○○듣기 시리즈'는 국립극장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 하지만 국공립이나 기업이 아닌 민간에서 몇 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아마도 이 원장의 '열정'에 '인맥'과 '재정 안정도'가 따랐기 때문이 아닐까. 이에 이 원장은 조심스럽게 "내가 버는 돈이 다 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적 부의 축척보다는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내가 좋아하는 일(국악)로 고향분들이 행복해지고 건강한 사회가 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겠죠."

사실 '국창대회'와 '불의 여인, 세오녀' 등에 푸른문화연대 이름으로 총 9천여만원을 썼다. 이외 예산은 국비와 한문연, 포항시비 등 지원금이 따랐다.

9천만원 100% 이 원장 사비는 아니란다. "지역에 많은 후원자 분들이 계십니다. 저 혼자 100%를내는 것 보다는 문화를 좋아해 10%를 후원하는 사람이 10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1% 후원자가 100명, 0.1% 후원자가 1000명으로 느어가는 게 더 행복하겠죠."

공연은 1~2회로 끝나도,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후원자가 생겨나는 것이 더 가치있다는 이 원장의 지론이다.

앞으로 구체적 계획을 묻자 '지역에 국악을 알리는 것' 그리고 '포항을 국악계 중심에 알리는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전국 국악계에서는 '전주가 국악의 수도라면 포항은 국악의 광역시쯤 되겠다'라는 말을 해주세요. 그만큼 포항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는 것이겠죠. 우리지역 국악 인프라와 수준을 높이는 일에 집중할 마음이예요. 공연을 통해 조금 더 낳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거든요. 구체적으로는 전국 명인과 명창을 포항으로 초대하는 '다섯마당 시리즈'는 계속하면서 포항출신 국악인을 키워나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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