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소기자

 울진의 명품 금강송이 사라지고 있다.

 울진군은 일명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이 감염되지 않은 청청지역이다. 이 때문에 도로개설 공사를 비롯 석산개발 등 각종 산지전용허가를 취득하면 소나무 반출이 용이한 편이다. 이 점을 노린 조경업자들은 천년의 향기를 가진 소나무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며 벌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헐값에 사들인 소나무는 명품 울진 금강송으로 포장돼 전국으로 날개 돋힌듯 팔려나가고 있다. 조경업자에게 소나무를 판매한 한 산주는 "처음 한 조경업자에게서 전화가 오더니 500만원 준다 길래 혹시나 해서 지인을 통해 알아봤더니 3천5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면서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그렇지 폭리가 도를 넘어섰다"고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울진군의 산림정책은 어떨까? 금강송의 높은 미래가치를 운운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또한 매년 18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군유림과 사유림을 대상으로 숲 가꾸기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소나무 불법 반출을 막겠다며 관내 거점지역에 임시 검문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임시검문소는 예산편성에따라 비 상시적으로 운영되며, 소나무를 실은 화물차 대부분이 야밤을 틈타 운행하기 때문에 단속에 걸릴 확률은 매우 낮다.

 공무원의 관리 감독 역시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넓은 소나무 반출 지역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실제 소나무가 반출되는 시점에 맞춰 현장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조경업자들 사이에선 소나무 반출 구역에서 예상 굴취량의 1.5배 이상은 더 캐내야 돈이 된다는 게 정설일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처럼 소나무 보호를 위한 통합적인 관리시스템이 부실하다 보니 혈세를 들여 키운 명품 금강송은 조경수로서의 가치만 더욱 올라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막무가내로 팔려나가는 금강송을 일정부분 군이 매입해 숲을 조성하는데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금강송은 최소 50년 이상 자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 위치한 금강송 군락지는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과 '생태관광자원 분야의 2012 한국관광의 별' 등에 선정되는 등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울진군의 생태·문화관광 도시 성공을 위한 키워드가 소나무 보전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군의 백년대계를 위한 소나무 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명품 울진 금강송이 마구잡이로 밀반출 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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