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 기회 주고 사회봉사 활동 매진위해 조기 사임”

이대공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이대공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이번달 말로 물러날 뜻을 밝혔다.

13일 이 이사장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앞으로 사회봉사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 사임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유종의 미'를 앞두고 있는 이대공 이사장을 만나 조기 사임을 결심한 이유와 그 동안 소회 등에 대해 들었다.

△ 임기가 아직 1년 남았는데 조기 사임을 하게 된 동기는

- 올 2월 한 분의 재단의 한 교장이 정년퇴임하고 또 지난 8월 네분의 교장들이 62세에 퇴임하는 것을 보고 조기사임을 결심했다. 전격적으로 사임하지 않으면 남은 임기 1년 동안 언젠가는 누수현상(레임덕)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평소에 깜짝 사임을 작정하고 있었다. 또 감사도 종결돼 조기사임 결심을 실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마침 13년 만에 교육재단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면서 여러가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으나, 이는 포스코감사가 아니라 교육재단자체 감사였다. 무엇보다 포항외국인학교 설립과 포철공고의 마이스터고 전환, 인천 송도에 자사고 설립, 포철고·광철고의 전국단위 모집 및 기숙사운영 등 산적한 과제를 앞두고 보다 능력있는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 앞으로 하고 싶고 해야할 일은 경상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의 일과 애린복지재단 이사장 직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경북공동모금회장은 지난해 뜻밖에 맡게 됐는데 그해 122억원을 모금했다. 올해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위해 140억원 모금을 목표로 내년 1월까지 목표액의 80%를 달성해야하는 만큼 언론기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연말연시 집중모금기간 목표액 102억원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도민 한사람당 3천780원을 기부하면 달성할 수 있다. 또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스클럽 회원 확충을 통한 모금방법도 있다. 이는 전국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캠페인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북공동모금회는 2011년까지 4명의 아너스클럽 멤버를 영입했고 올해는 익명의 기부자 1명, 포항의 청년실업가 (주)MP의 이부형 사장, 경주 손광락 원장, 경주 바른이치과 송혜섭 원장이 추가로 가입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불경기로 인해 목표액 달성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극빈자가 너무 많아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고 있다. 2014년 11월 임기까지 열과 성을 다할 각오지만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 애린복지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는데

- '애린(愛隣)'은 예수께서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에 따라 선친(재생 이명석 선생)이 지은 이름이다. 6.25전쟁 때 배움의 기회를 놓친 비문해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설립했던 애민공민학교에서 비롯된 이름을 쓰고 있다. 선친은 당시 고아들을 위해 지금의 선린애육원 설립을 주도적으로 이끌었고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흥해에 애도원을 했다. 특히 포항의 문화·예술활동을 위해서도 힘을 쏟았다. 선친은 이런 일들로 인해 '인간상록수상'을 받았고 이를 내조한 어머니는 '장한어머니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선친이 하셨던 일을 이어받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일을 하면서 지난 2009년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던 조선족 중국인 아동인 김은광(당시 4세)어린이를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술해 완치시켜 중국으로 다시 돌려보낸 일이 가장 보람이 있었다.

△ 그동안 학교운영 방침과 성과를 든다면

- '스승존경 운동'이 재단 운영방침의 제 1호다. 지난 1999년 5월 교육재단산하 전 학부모에게 스승존경운동만이 공교육 정상화의 지름길임과 이 운동의 최대수혜자는 학생과 학부모임을 강조하는 서신을 보내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와 교사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는 것을 근절했다. 이것이 현재 포스코교육재단의 뛰어난 성과를 이룩한 교권확립, 사도(師道)확립의 밑거름이 됐다. 또 공부일변도의 성적우선주의를 지양하고 다양한 특기적성 계발과 육성(운동, 음악, 미술 등 1인1특기 갖기)에 노력한 결과 국내·외 각종 경시대회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모든 학교에 영어 원어민교사를 배치(2002년)하고 러시아 및 중국체조 코치 초빙(2001년), 수학강국인 러시아 수학교수 초빙(2003년) 등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리스트 권혁(삼성)과 강민호(롯데)를 비롯해 체조의 김수면 선수(2006, 2010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배출했다. 뿐만 아니라 포철고·광철고는 대학진학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했다. 무엇보다 유·초·중·고까지 모두 갖춘 교육재단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13년간 유치원 50권, 초등 300권, 중학교 150권, 고교 100권 등 총 600권의 필독도서를 읽게 해 교과서 중심의 공부벌레에서 탈피해 광범위한 지식 습득은 물론 인격형성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 고 박태준 설립이사장과의 인연이 각별한 것으로 아는데, 교육과 관련한 일화 몇가지만 소개한다면

- 고 박태준 설립이사장은 생전에 "(내가)쇠 만드는 공장과 사람 만드는 공장을 지었는데 사람 만드는 공장이 쇠 만드는 공장보다 훨씬 오래갈 것"이라면서 "영국의 캠브리지대학은 설립한 지 700년이 넘었다. 인재는 멀리보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초중고 14개교와 포스텍을 건립하면서 교육투자에 관한한 한마디로 무제한의 '묻지마식 투자'를 과감히 실천했다. 설립초기 초등학교의 천체교실과 해양과학관, 포스텍, RIST(산업과학기술연구원)의 동시 건설, 방사광가속기 건설 등에 관해 심한 비난이 있었지만 미동도 하지않고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우수교사 확보를 위해 공립학교보다 20% 높은 수당을 지급했고 해외석학교수 초빙을 위해 당시 우리나라 사립대에서 연봉이 가장 높았던 연세대 보다 20% 높은 연봉을 지급했다. 포스텍 설립 당시인 1985년부터 1986년까지 1년 10개월 동안 건설본부장으로 실무를 총괄하면서 설립이사장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누구보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공감했다. 우리나라에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가 한명도 없는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교육위인 청암 박태준'의 존재가 더욱 아쉬운 현실이다. 당시 박태준 회장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효자주택단지에 기거하면서 포스코와 학교 만드는 재미로 살았고 저는 그 흉내라도 내는 재미로 살았다. 설립이사장의 원대하고 숭고한 건학이념을 따라 가는 것만 해도 정신없이 바빴던 것 같다.

△ 재임기간동안 아쉬웠던 점과 교육을 떠나 보람있었던 일이 있다면

- 먼저 원인불명으로 체조전용 경기장이 전소된 것과 광철중학교에서 화학실험 중 사고로 한 학생이 평생 상처가 남을 화상을 입은 안전사고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프다. 또 사소한 일이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소문이 나서 부득이하게 직원들을 중징계 했던 일, '일당백'의 교사들이 대부분인데 모두 승진시킬 수 없었던 일도 아쉽다. 학사외에 보람됐던 일을 꼽는다면 이사장으로 부임하자 곧 바로 IMF로 부도위기에 처한 동국무역(중소기업)의 회사채를 교육재단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정부와 금융권 등의 도움으로 3년8개월만에 원리금(218억원)을 회수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이사장 부임시 교육재단 예산의 2%에 불과하던 정부보조금을 지난해 말 현재 47%(연간 352억원)까지 확대시킨 것도 기억에 남는다.

이대공 이사장은?

△1960년 경기고 졸업. 1964년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1969년 포항종합제철(주) 입사. △1978년 포항종합제철(주) 홍보실장. △1982년 포항종합제철(주) 연수원장. △1983년 포항종합제철(주) 비서실장. △1983년 포항종합제철(주) 총무이사. △1985년 포항공대 건설 본부장(상무이사) △1989년~1993년 포항종합제철(주) 부사장. △1998년~현재 재단법인 애린복지재단 이사장. △1998년~현재 지구촌나눔운동 이사. △1999년~현재 아름다운재단 이사. △2005년~현재 포항범죄피해지지원센터 이사장. △2000년~현재 재단법인 포항청소년선도재단 이사장. △2003년~현재 사단법인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포항지역회 이사장 △2011년~현재 경상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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