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에밀레연극단 이애자 단장
경주 에밀레연극단 이애자 단장
  • 이정희 명예기자
  • 승인 2012년 12월 09일 21시 25분
  • 지면게재일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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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감 느끼는 사람들에게 기쁨주고싶어
이애자 에밀레연극단 단장.

'인생은 연극이다'란 말도 있지만, 연극무대는 아직 우리 생활에서 멀고, 연극은 배고픈 직업이란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애자 에밀레연극단 단장은 반세기 동안 오직 한길 연극만 바라보며 살아온 연극을 위해 온갖 열정을 다 바쳐온 분이다. 평생 경주에 살면 신라 왕경 사람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연극 속에 신라의 혼을 불어넣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연극을 통해 신라 천년의 참 모습을, 신라문화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연극 무대를 열고, 연극으로 봉사하고, 연극인생을 살고 있다. 올해 초까지 시립극단 지도위원으로 있었고, 현재 에밀레연극단을 이끌고 있으면서 한국연극협회 경주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애자 단장. 연극은 그녀의 삶 자체이다.

-어떤 계기로 처음 연극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내가 본래 좀 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2학년 때 남이장군 영화를 보고 왔는데, 학교에 와서 책 걸상을 다 밀어붙여놓고 친구들 앞에서 남이장군 연기를 했어요. 친구들은 재미있다고 웃고, 그런데 그때 경주 연극발전에 관심이 많으셨던 박주일 선생님이 지나시다가 보고 저를 불러 연극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시작한 것이 계기지요.

-연극의 길에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텐데.

"어려웠던 일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없지요. 연극은 종합예술이니까 모든 역할, 그 분야의 사람을 모아야 하는데 사람을 모으는 것이 제일 어려웠지요. 한 작품으로 석달을 연습하는데 그 동안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연습이 안되거든요. 할 일은 많은데 돈은 없어 여러 사람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고마우신 분들이 많았지요. 돈 28만원 들고 2천500만원 드는 소극장을 지을 때, 발로 뛰어다니며 몇백 장씩 표를 팔러 다니면서, 고통스러웠지만 하늘은 내가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주신다는 것, 매번 내 인생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을 믿으면서 이날까지 견뎌왔습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어쩌겠습니까. 고생도 달게 받아야지요"

-힘드실 때 연극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는지.

"하루 종일 표 팔고 지쳐서 돌아올 때는 사람들은 연극이 없어도 잘 살고 있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어떤 것에 한번 빠지면 몰입하는 성격 때문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연극보다 사람들이 좋아서 했고, 경주 사람으로서 의무나 소명감으로 버텨왔습니다."

-그동안 하신 작품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유치진씨의 '소'와 김동리 선생의 '무녀도'입니다. 소는 첫 작품이고, 무녀도의 모화역은 지금도 큰 무대에서 한번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연극으로 관광객들에게 신라를 알리고 싶고, 연극을 통해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연극으로 봉사하겠다고 모인 주부팀들이 있어 그들을 지도해서 함께 봉사 다니고 무료공연도 다니고 합니다. 이번 12월 28일에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오늘은 좋은 날'을 공연합니다."

-그동안 연극을 해 오시면서 느낀 점이나 관계기관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경주가 문화관광 도시인데 비해 공연문화가 너무 닫혀 있습니다. 우리 민족문화의 뿌리를 볼 수 있게 정책적인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그 지역에서 뿌리 내릴 수 있게 지원해줘야 문화예술의 발전도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연극은 그 시대의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관광 상품이지요."

이 단장은 오랜 세월 연극하는 동안 연극인에게 주는 상은 거의 다 받다시피 했는데 1996년도에 한국연극예술상을 받았고, 99년도에 경북도 문화상을, 전국연극제에서 3회나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바 있으며, 2010년도에도 한국여성연극인들이 주는 상을 수상했다. 연극의 매력은 무대에서 청중들과 함께 감동을 나누는 것인데, 단 한사람의 영혼이라도 감동으로 울릴 수 있다면 연극 인생 잘 살아온 것이 아니겠느냐는 이애자 단장. 예사롭지 않은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연극은 그녀의 한을 토해낼 수 있는 장이며, 그녀의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동반자일 것이다. 자그마한 체구와 단아한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연극에 대한 열정, 그것은 바로 삶에 대한 열정이고 향기이다. '모화'를 연기하기 위해 무당수업을 받기도 했던 이애자 단장. 배고픈 연극인으로 살아오느라 비록 모아놓은 재산은 없지만, 반세기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연극을 하며 살아올 수 있었던 그녀의 삶은 누구보다 풍요롭고 행복하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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