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내 발전소들은 전력피크를 넘기기 위해 숨가쁜 전쟁을 치렀다. 10일부터 14일까지 전력거래소의 전력예보는 모두 예비전력이 200만~300만㎾인 '주의' 단계가 발령됐다. 특히 한파가 다소 누그러진 14일에도 전력수요는 급증하며 오전 11시13분부로 다시 관심단계가 발령되는 등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예보대로 예비전력이 200만㎾대로 떨어지게 되면 전국은 사실상 블랙아웃(대정전) 상태가 된다. 이처럼 급박한 경보가 발령됐지만 대부분의 사업장과 가정에서는 에너지절약 실천 의지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한수원이 지난겨울 정도의 추위를 가정해 최대전력수요 예측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더니 수요가 공급을 100만㎾ 이상 넘어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지금처럼 전기를 쓰면 작년만큼만 추워도 블랙아웃 상황이 닥친다는 것이다. '짝퉁 부품' 파동으로 영광원전 5·6호기를 비롯해 원자력발전기 5기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여서 전력 사정은 더욱 빠듯하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지만 당장은 아껴 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당국이 비상시 대규모 수요가에 대한 수요관리를 한다지만 민간 소비가 줄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의 전력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평균의 거의 두 배다. 과잉 냉난방으로 여름에도 실내에서 긴팔 옷을 입고, 겨울에는 반팔로 생활하는 전력 과소비 행태를 고치지 않으면 설령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긴다 해도 전력대란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

실내 온도를 1℃만 낮춰도 가정의 연간 난방비용을 평균 3만4천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온 국민의 전기절약운동 동참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경북일보는 한전 대구경북지사와 함께 전력난을 넘기기 위해 '5기(氣) 실천으로 에너지 위기 극복하자'는 캠페인을 펴고 있다. 5기(氣)는 전기절약을 위한 △지키기(실내온도 18~20℃ 유지) △입기(내복 입기) △뽑기(씨지 않는 전기플러그 뽑기) △끄기(불필요한 조명 끄기) △걷기(계단 걷기) 등 이다.

정부가 민간부분에서 실내 건강온도 20℃이하 유지, 난방기 가동하면서 출입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행위 금지, 오후 피크시간대(5~7시) 네온사인 사용 금지에 대해 내년 1월 6일까지 계도기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권장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전력당국의 전력 수급 대책이 마련이 돼야 하겠지만 당장 불안한 전력수급의 안정을 위해서는 민간의 협조가 중요하다. 거창한 선언이나 구호보다 실내온도를 좀 낮춰 생활하고, 내복을 꼭 입는 등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하다. 정부와 전력 당국이 아무리 절전을 부르짖어도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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