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주장한 인간 배아복제 줄기세포는 결국 가공의 ‘신기루’에 불과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10일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지의 2005년 논문뿐만 아니라 2004년 논문도 조작했으며 체세포 줄기세포는 단 한개도 없는것으로 밝혀졌다고 결론내렸다.

황 교수팀이 2004년 논문에 보고한 배아줄기세포는 난자핵을 체세포로 치환해서 만든 것이 아닌 처녀생식에 의한 것이라고 조사위는 밝혔다.

환자 맞춤형까지는 아니더라도 난자를 제공한 여성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를 확립한 내용의 2004년 논문은 사실이기를 바랬지만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많은 국민은 “원천기술을 확실히 보유하고 있고 이 기술은 오직 대한민국만이 독보적으로 갖고 있다”는 황 교수의 말에 일말의 기대감을 걸고 있었다.

그러나 체세포 줄기세포가 전혀 없다면 원천기술을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황 교수의 줄기세포 바꿔치기 주장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부터 ‘진짜’가 없는 상황에서 바꿔치기가 성립될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복제 개 ‘스너피’는 체세포에서 복제됐음이 확인됐다고 조사위가 밝힌 것은 위안을 준다.

황 교수팀이 적어도 동물 복제 분야에서는 세계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너피가 황 교수팀의 잘못과 책임을 경감시켜줄수는 없다.

황 교수팀은 논문 조작외에 난자 채취 과정에서도 적지않은 윤리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서울대 조사위가 황 교수팀의 행위를 “과학계와 일반 대중을 모두 기만한 것”이라고 밝힌 것은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서울대 조사위에 이어 검찰도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둘러싼 본질적인 내용이 드러났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세간에 떠돌고 있는 음모론이 해소될수있도록 진상을 밝히고 황 교수와 논문 공저자 들의 사법적 책임 여부를 가려주기 바란다.

이제는 더이상 한탄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이번 사태의 원인과 성격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기본적인 윤리의식조차 망각한채 무리수를 감행할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우리사회 모두가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속임수와 거짓은 통하지 않으며 정직만이 해답이고 지름길이라는 것도 실사구시적으로 깨닫게 해줬다.

이번 사태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것은 아니다.

국내 생명과학계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를 냉정하게 들여다볼수 있게 된 것만 해도 길게 본다면 전화위복으로 삼을수 있다고 본다.

진실을 밝히려는 젊은 과학자들의 노력은 과학계의 자정 능력을 보여줬고 비록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시스템 부재라는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서울대가 조사위 활동을 통해 황 교수 논문 의혹을 냉혹할 정도로 파헤친 것도 평가할만 하다.

특히 줄기세포 논란을 통해 생명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 선진국을 바라는 자부심과 열망이 어떠한지도 드러났다.

이번 사태가 국민을 분노와 실망,자조에 빠뜨린 후 잊혀져가는 하나의 일화가 되어서는 안되며 한국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다져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몫은 누구보다 국내 과학계와 정부당국에 있다고 하겠다. 두번 실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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